사람들은 대부분 피부색으로 인종을 구분한다. 피부색이 백색인지, 흑색인지, 황색인지를 먼저 판단한 뒤 인종을 구별하고, 이후에야 그 사람의 말투, 억양, 성격 등을 파악한다.
그렇다면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은 인종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미국 델라웨어대학 연구진은 시각장애인이 인종을 구분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소규모 실험을 실시했다. 선천적 혹은 사고로 시각장애가 생긴 25명을 대상으로 여러 사람들과 접촉하게 한 뒤 그들의 인종을 구분하게 했다.
당초 연구진은 시각장애인들이 앞을 볼 수 없는 대신 말투나 억양, 특유의 냄새 등으로 인종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시각장애인 상당수는 접촉하고 대화한 사람의 인종을 묻는 질문에 ‘미구분’(Unraced)라고 답했다.
연구를 이끈 델라웨어대학의 아시아 프리드먼 교수는 허핑턴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실험참가자 대부분이 ‘100%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렇겠지만’, ‘내가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등의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표현을 썼다. 또 인종을 알 수 없는 상대방과 한참 대화와 교감을 나눈 후에야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험 참가자들은 한참동안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야 대답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고 자신감 없는 표현이었다”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이런 반응은 인종차별에 있어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인종의 편견에 덜 기댈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이 단순히 시각적으로만 인종을 구분하려 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길 희망한다. 인종은 단순히 피부색으로만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교감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실제로 ‘인종’(人種)의 사전적 의미는 단순히 피부색에 따라 구분한 것이 아닌, 인류를 지역과 신체적 특성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따라서 지구상에는 백인종, 황인종, 흑인종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인종에 속하는 몽골인종, 북남미혼혈인종, 말레이인종 등 다양한 인종이 존재한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25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사회과학회에서 발표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