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주국이 야심 차게 발사한 로제타 우주선과 혜성 착륙선인 필레는 여러 가지 과학적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정작 혜성 표면에 착륙한 필레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현재 다시 교신이 되지 않는 상태이다. 이는 아무리 잘 준비했더라도 혜성처럼 중력이 작고 대기가 없는 천체에 착륙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 센터의 스웜프 웍스(Swamp Works)의 엔지니어들은 이런 환경에서도 완벽하게 표면을 비행하면서 탐사를 진행할 수 있는 일종의 우주 드론을 개발 중이다. 이는 안전한 착륙에 유리한 것은 물론이고 이동하면서 탐사를 하는 것이 더 과학적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소행성 탐사 비행체(Asteroid Prospector Flyer)라고 명명된 이 탐사선들은 작은 드론처럼 생겼는데,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프로펠러 대신 특수하게 개발된 로켓 모터를 탑재한 점이 큰 차이점이다.
소행성이나 혜성 주변을 비행할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역설적으로 낮은 중력이다. 적당히 낮은 중력은 비행에 유리하지만, 작은 소행성이나 혜성의 중력은 대부분 매우 낮아서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필레처럼 정확히 원하는 위치에 착륙이 쉽지 않다. 조금만 힘을 받아도 바로 다시 우주로 튕겨 나가기 때문이다.
NASA의 소행성 탐사 비행체 프로토타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주 미세하게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다수의 로켓 모터를 탑재하고 있다. 이 로켓 모터는 불꽃을 내뿜는 대신 산소 같은 기체를 조금씩 분사해 자세와 위치를 조절한다. 사진에서는 짐볼이라고 불리는 미세중력 상태를 구현하는 테스트 기기에 탑재되어 있는데, 아직 테스트 단계이므로 최종 디자인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화성이나 달은 로버를 보낼 수 있을 만한 중력이 있지만, 작은 소행성과 혜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소행성 탐사 비행체는 이런 천체를 아주 가까이서 폭넓게 탐사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개발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개념적으로 봤을 때 소행성 탐사 비행체는 미래 태양계 탐사에 새로운 길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