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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민의 월드why] 스모그 없애고 비 뿌리고…中 ‘초능력’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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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로 란(蓝), 우리말로 하면 남색, 파란색, 푸른색을 뜻하는 이 단어는 최근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 꽤 자주 쓰였다. 중국인들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파란하늘을 표현할 때에도 ‘란’이라는 단어를 쓴다.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에서는 이 단어가 굉장한 특수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자주 보는 파란하늘은, 중국인에겐 특별한 날에만 볼 수 있는 연중행사와 비슷한 존재다.

뉴스나 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듯, 수도 베이징의 하늘은 파란색이 아닌 잿빛이다. 지독한 스모그 탓이다. 아이들은 마스크 착용이 선택 아닌 필수가 됐고, 유해먼지를 막아주는 기능성 의류가 날개 돋듯 팔렸으며, 보험업계는 저마다 스모그 질병과 관련한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기 시작했다. 잿빛하늘은 베이징사람들의 일상을 바꿔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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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모그에 둘러싸인 베이징 시내


▲선호하는 계절, 한국은 봄 vs 중국은 가을…지금은?

베이징의 날씨는 서울과 비슷하다. 서울보다 북쪽에 있기 때문에 겨울 칼바람이 더 매섭긴 하지만 기후가 완전히 다르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런 베이징이 ‘날씨의 고통’을 받기 시작한 것은 스모그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모그의 공습이 시작되기 수 년 전부터 베이징을 괴롭힌 것은 황사였다. 황사는 ‘봄의 불청객’이다. 한국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최고의 계절로 여겼지만 중국은 그 반대다. 어찌나 황사가 심한지, 베이징인은 봄을 전혀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을은 달랐다. 수 년 전만 하더라도 가을이 오면 깨끗하고 청량한 ‘란색’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베이징인은 가을을 최고의 계절로 쳤다.

문제는 이런 ‘가을효과’ 마저도 이젠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스모그 탓이다. 황사는 풍향의 영향을 받아 잠시나마 피할 수 있는 계절이 있지만, 스모그는 그렇지 않다. 365일 공장에서, 길거리에서 매연을 뿜어대니 피할 도리가 없다. 그렇게 베이징인은 푸른 하늘을 잃고, ‘잿빛 도시’, ‘잿빛 하늘’의 대명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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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독면 쓰고 웨딩촬영하는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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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모그와 미세먼지를 피해 ‘코 마스크’를 한 중국 아이들


▲스모그 무서워 ‘방독면’쓰고 웨딩촬영…‘APEC란’, ‘열병식 블루’ 유행

스모그가 주는 공포는 막대했다. 베이징에서는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잔뜩 멋을 부린 신랑신부가 방독면을 쓴 채 야외 웨딩촬영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유아들은 호흡기 보호를 위해 일명 ‘코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스모그 질환을 예방한다며 정부가 선전하는 ‘무술 체조’를 하기도 한다.

푸른 하늘이 간절한 이들에게 ‘선물’ 같은 날이 있으니, 바로 국가적인 행사다. 지난 해 11월 열린 APEC 기간동안 중국 정부는 인근 공장을 일시 폐쇄하고 무서우리만치 철저한 자동차2부제 시행으로 파란 하늘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얼마 전 각국 수장을 한데 모으고 치러진 열병식 날에도 파란 하늘이 ‘만들어’ 졌다. 현지에서는 ‘APEC 란’(藍), ‘열병식 블루’ 등의 말이 유행했다. 특정 시기에만 볼 수 있는 푸른 하늘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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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강우 로켓 발사현장


▲위기는 기회를 만든다…중국, 인공강우 기술 선두주자로 발돋움

‘APEC 란’(藍), ‘열병식 블루’ 등이 유행하면서 세계가 놀란 것은 상승한 국가 영향력뿐만 아니라 ‘날씨마저 조종하는’ 놀라운 컨트롤 능력이다. 정부의 강력한 통제와 함께 사용된 기술은 인공강우다. 중국이 1950년대 후반 인공강우 기술개발에 나선 것은 스모그나 황사가 아닌 가뭄 때문이었다. 이후 인공강우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비를 ‘조종하는 능력’까지 발휘한다. 비구름이 몰려 있을 때 인공강우탄을 쏘아 올리면 비구름이 사라지면서 청정한 날씨를 유지할 수 있다.

인공강우 살포는 크게 비행기 연소탄을 이용한 방법과 로켓을 이용한 방법 2가지로 나뉜다. 여기에는 노란색의 작은 분말 결정인 요오드화은(Agl)이나, 얼지 않은 물방울에 뿌려져 강수를 유발하는 드라이아이스(dr ice)등이 강우촉진제로 쓰인다. 비행기 날개부분에 강우촉진제를 실은 뒤 공중을 날아다니며 이를 살포하거나 구름속에 로켓을 발사해 뿌리는 방식이다. 비행기를 이용한 방식은 연료비용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로 로켓 발사를 이용하는 편이다.

요오드화은이 인공강우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어떻게 로켓에 담아 효과적으로 발포하느냐에 있는데, 이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중국 내에서도 기밀에 속한다. 중국 기상청 관계자는 “미사일이나 대공포 등에 쓰이는 군사 기술이 포함돼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가장 큰 특징은 이러한 인공강우 기술을 중앙이 아닌 지방 기상국 산하의 인공강우센터가 자체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각 성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즉각적인 인공강우 로켓을 발사함으로서 가뭄이나 스모그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데 일조한다. 인공강우 기술이 보편화 되었기에 가능한 현실이다. 비용은 1발당 1500위안 안팎(약 28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하지만. 기초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한국도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이 2000년부터 인공강우 기술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대기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엘니뇨현상이 짙어지면서 극심한 가뭄과 태풍이 몰아치는 한국 역시 인공강우 기술이 절실하지만, 우리 기술은 이미 50여 년 전부터 연구 및 실용화에 노력한 중국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런 상황은 뒤늦게 인공강우 기술이 필요해진 타 아시아국가도 비슷하다.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인공강우 기술을 누구보다도 빨리 이끌게 했고, 이제는 선두주자가 됐다. 비록 인위적이긴 하나 공포스러운 스모그를 단 며칠만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손에 쥐었다. 위기가 기술 발달의 기회를 만들었고, 이제 그것을 동경하는 국가들이 생겨났다.

중국은 이제 ‘선 사고(스모그), 후 조치(인공강우)’ 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지독한 가뭄을 이기려 인공강우를 개발했듯, 이제는 스모그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친환경기술개발에 매진한다면 중국은 또 한 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신공’을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리적으로 밀접한 한국 역시 이러한 기술 개발에 동참해야 하는 필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서울의 파란하늘이 잿빛으로 변하는 건 누구도 원치 않으니 말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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