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은 정치인이 치마를 입고 공개석상에 나서 화제다. 볼리비아의 상원의장 호세 알베르토 곤살레스는 19일 기자회견에 치마를 입고 등장했다.
와이셔츠에 볼리비아 전통 치마를 곱게 받쳐 입은 그는 "치마의 명예회복을 위해 회견을 자청했다"며 "치마라는 옷과 치마를 입는 여성은 전혀 부끄러워할 게 없다"고 말했다.
회견장에는 인디언 출신 여성상원의원 4명이 볼리비아 전통의상(치마)을 입고 함께했다. 볼리비아 정계에 갑자기 '치맛바람'이 불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볼리비아 카키아비리라는 자치시에선 현직 시장이 여장을 하는 굴욕(?)을 당했다.
브루노 알바레스 시장은 시정을 엉터리로 본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질타를 받다가 지역 리더들로부터 "여장을 하고 용서를 빌라"는 처벌(?)을 내렸다.
카키아비리는 대다수 볼리비아 지방도시와 마찬가지로 전통을 중시하는 지역 정서에 따라 리더들이 실질적인 권력을 잡고 있다. 알바레스 시장은 결국 '촐리타'라고 불리는 전통치마를 입고 용서를 구해야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볼리비아에선 때아닌 치마논란이 일었다.
"치마를 입는 게 창피한 일이냐?" "시장을 벌준다면서 치마를 입힌다면 결국 치마를 입는 여성들을 모욕한 것"이라는 등 비난이 쇄도했다.
급기야 곤살레스 상원의장까지 나서 처벌을 이유로 남자에게 치마를 입힌 건 여성을 모욕한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직접 치마를 입고 나와 "치마를 입는 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치마를 입는 여성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에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