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로마 제국은 기생충에 시달렸다?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확대보기
▲ 1세기 경 건설된 로마 시대의 수로교 유적. (사진=위키피디아)


로마 제국은 당시 가장 발전된 고대 문명을 이룩했다. 특히 이들은 건축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거대한 상하수도 시설과 목욕탕 시설을 만들었다. 당시 만든 수로교 및 목욕탕 유적은 아직도 현대인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고대 사회에서 매일 깨끗한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예외적인 일이다. 유럽 사회가 다시 매일같이 목욕할 수 있게 된 것은 현대에 와서다. 로마 문명은 그 정도로 앞서 있었다. 하지만 이런 위생적인 삶이 과연 기생충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줬을까?

케임브리지 대학의 피어스 미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기생충학(Parasitology) 저널에 로마 시대의 사람들이 더 많은 기생충에 시달렸다는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이들은 당시의 변소 유적 및 분변 화석(coprolites·대변이 화석화된 것), 매장된 시신 등을 연구해 이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

연구팀이 밝힌 바에 따르면 고대 로마인들은 그 이전 청동기, 철기 시대 주민들보다 더 많은 기생충에 시달렸다. 이는 기생충 알과 같은 흔적으로부터 추정할 수 있다. 기생충 알은 오랜 세월 흔적이 남으며 기생충 종류를 확인하기도 쉬워서 고고학 연구에서 널리 사용된다.

발달된 농경문화와 교통상업 발달, 기생충의 숙주

로마인들이 기생충에 많이 시달린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로마 시대에는 매우 집약적인 농경이 발달했는데, 이는 인간의 배설물을 비롯한 동물의 배설물을 비료로 주는 방식에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로마인들은 이 비료가 농작물을 키우는 데 좋다는 건 알았지만, 그 안에 기생충 알이 있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당시 의사들도 기생충이 흔한 것은 알았지만, 기생충이 알을 먹어서가 아니라 저절로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대의 유명한 의사인 갈렌 역시 이런 내용을 기술해 놓았다. 그래서 치료 역시 4체액설에 따른 전통 요법이었는데, 당연히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로마 제국이 특히 기생충에 시달린 이유는 발달한 교통과 상업에도 이유가 있었다. 당시 로마 제국은 잘 건설된 도로로 연결되었고 막대한 농작물을 비롯한 상품이 도로는 물론 바다를 통해 이동했다. 그리고 기생충 알도 같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가룸(Garum)이라고 불리는 소스의 일종이다. 이는 어류와 향신료, 허브 등을 섞어서 만드는데 제조 과정에서 가열하는 대신 발효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류를 통해 감염되는 조충(fish tapeworm)의 주된 전파 경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소스는 제국 각지에서 판매되었기 때문에 과거에 자기 지방의 농산물만 먹던 주민들도 새로운 이국적인 기생충을 접할 수 있었다. 결국, 로마 시대의 집약적 농업과 상품의 자유로운 교환이 역설적으로 기생충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로마의 선진 목욕문화, 씻어도 말짱 도루묵?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로마인이 이나 벼룩 같은 체외기생충 감염 빈도 역시 높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매일 목욕을 했다는 기록과는 대비되는 것이지만, 연구팀은 여기에도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욕탕은 공중욕탕이 많아서 상호 간 감염의 기회가 더 많았을 뿐 아니라 물을 매일 갈지 않는 욕탕도 많았다. 더구나 욕탕 내부의 따뜻한 기온은 겨울에도 기생충에게 안락한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결국, 로마인은 목욕을 거의 하지 않았던 바이킹이나 중세 유럽인과 비슷한 수준의 체외 기생충을 지녔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물론 로마의 깨끗한 상수도 시설은 콜레라 같은 수인성 전염병을 막는 데는 유리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도시 중심의 로마 사회에서 집단 감염을 막는 데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 기생충에 대해서는 아무런 예방책이 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생충 감염이 획기적으로 감소한 것은 20세기 들어서 구충제가 널리 보급되고 기생충이 포함된 인분 비료 대신 화학 비료가 사용된 것이 중요한 이유다. 동시에 공중 보건이 발달하고 농수산물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기생충 알에 쉽게 노출되지 않은 것도 이유다. 그 이전에는 아무리 발달한 문명이라도 기생충에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서울EN 연예 핫이슈

추천! 인기기사
  • 男 8명이 남편 앞에서 아내 집단 강간…신혼부부에게 벌어진
  • ‘회사 내 성관계’ 동영상 수백개 유출…결국 정부가 나섰다
  • (속보)충격적 팀킬…“북한군, 전투서 러시아군 향해 총격”
  • 북한군 파병 진짜 이유?…“러軍 하루 평균 사상자 1500명
  • 사망한 시신 옮기다 어머니라는 걸 알게 된 구급대원…당시 상
  • 이란 대학 캠퍼스서 “속옷 시위” 벌인 여대생 체포
  • 세계서 가장 큰 뱀은 무엇? 길이·무게로 나눠 보니…
  • 5년 후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 ‘아포피스’…지구 중력에 산
  • 목에 낫 꽂힌 ‘뱀파이어 유골’ 정체 밝혀졌다…생전 모습 복
  • 이집트 피라미드 꼭대기서 발견된 미스터리 ‘개’…정체 밝혀졌
  • 나우뉴스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등록번호 : 서울 아01181  |  등록(발행)일자 : 2010.03.23  |  발행인 : 김성수 · 편집인 : 김태균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 Tel (02)2000-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