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태양계에는 지구의 위성인 달과 매우 비슷하게 생겨 쌍둥이처럼 언급되는 작은 행성이 있습니다. 바로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수성입니다. 하지만 수성은 지구와 인접해 있음에도 비너스로 추앙받는 금성보다 인기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수성의 표면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수성의 표면이 유독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이유가 '흑연' 탓이라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간 학계에서는 태양과 가장 인접한 수성이 왜 어둡게 보이는지 의문을 품어왔습니다. 일반적으로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지만 주위 별 빛의 반사로 그 존재가 확인됩니다.
특히 수성의 경우 태양과 가장 가까워 밝게 보일 것 같지만 실상은 달보다도 어둡습니다. 수성은 달과 마찬가지로 회색 바위와 운석 충돌로 인한 '곰보자국'(크레이터)으로 가득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수성의 표면이 달보다 훨씬 까맣다는 사실이죠. 이같은 이유로 대기도 없고 표면이 먼지로 덮힌 수성은 빛 반사율이 달의 고작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는 태양계에서도 가장 낮은 축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왜 수성의 표면은 이처럼 까맣게 됐을까요?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지난해 4월 강렬히 '전사'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수성 탐사선 메신저호의 데이터를 분석해 '정답'을 찾아냈습니다. 지난 2011년 부터 4년 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수성 표면에 탄소성분이 가득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패트릭 N. 페블로스키 박사는 "수성 표면은 탄소가 주성분인 흑연으로 이뤄져 있습니다"면서 "연필의 재료도 되는 흑연이 행성을 어둡게 만드는 것이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유독 수성에 흑연 성분이 많은 것은 태양과 가깝기 때문입니다"라면서 "광물질이 녹아 수성 표면 바로 아래에서 흑연층이 됐으며 이후 지각변동으로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2004년 수성 탐사를 위해 발사된 메신저호는 2011년 수성궤도에 진입해 본격적으로 탐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수성 주위를 4105바퀴 돌면서 27만 장의 사진을 전송한 메신저호는 지난해 4월 30일 지구 관제실의 명령에 따라 수성과 충돌하면서 임무를 다했습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