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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S다이어리] 올해 전세계 참교사는 팔레스타인 출신…교육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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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세계 교사상’ 수상자인 팔레스타인 교사 하난 알 흐룹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에서처럼 지금 시대에 매가 부러질 때까지 교사가 학생 엉덩이를 때린다면 뒷일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교실의 어떤 학생이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아니면 맞은 학생의 학부모가 교실로 와서 교사의 멱살을 쥐어 잡거나 애초에 맞던 학생들이 교사를 구타해 더 큰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1988년도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공감을 산 이 드라마에서 학생들은 매 맞는 걸 그저 숙명처럼 받아들일 뿐이다. 당시 일명 ‘사랑의 매’는 교사 권위의 상징이었다. 학생들이 매질에 감히 대들지 못할 만큼 교사의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오늘날 사랑의 매는 퇴물이 되었고 교사는 ‘꼰대’가 됐다. 교사라는 직업에 희망은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많다. 이를 방증하듯 고등학생들의 희망직업 1순위는 더 이상 교사가 아니다. ‘2015년 학교 진로교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부가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처음으로 교사(교육 전문가 및 관련직)가 선호하는 직업 1위에서 2위로 밀려났다. 자녀가 교사가 되길 바라는 학부모 역시 줄어들었다.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로 나타났다. 교사의 36.6%가 직업을 다시 선택한다면 ‘교사는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응답도 20.1%나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총 2만9541건으로, 특히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건은 2009년 11건에서 지난해 107건으로 급증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교권침해 행위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령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법으로 보장된다면 교사로서는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더 획기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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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의 추락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비영리 교육재단인 바키 GEMS 재단이 지난 2013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21개국의 교사 위상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중국을 제외한 대개의 나라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전문 직종이라고 꼽는 의사보다 위상이 낮은 직업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미국과 브라질은 교사는 도서관 사서와 유사한 위상을 가진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자녀가 교사가 되는 것을 장려하겠냐는 질문에는 중국의 부모 50%가 긍정적으로 답한 반면 이스라엘은 8%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는 교사라는 직업의 위상이 높은 축에 속했지만 학생들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55%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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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현지시간)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교사상’ 시상식에서 팔레스타인 교사 하난 알 흐룹이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환호하고 있다.


부모가 모두 교사였던 바키 재단 창립자 서니 바키는 이 결과를 토대로 전세계 교사들의 위상이 위기에 놓여있음을 확인하고 교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지난해부터 ‘세계 교사상(Global Teacher Prize)’을 만들어 매년 헌신적인 교사 한 명을 뽑아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시상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한 바키 재단 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높은 국제학업성취도(PISA) 성적은 훌륭한 교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5월 말부터 10월까지 교사추천기간 동안 ‘세계 교사상’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해달라고 전했다. 물론 학생들의 성적이 수상자를 꼽는 기준은 아니다. 그는 학생들을 얼마나 혁신적으로 가르치고 건강한 세계시민이 되도록 격려하는 지가 중요한 평가 잣대라고 덧붙였다.

천편일률적인 교과과목 수업에, 인성교육마저 과외를 받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는 매번 고배를 마시는 노벨상만큼이나 받기 어려운 상이 될 것만 같아 씁쓸하다.

지난해 첫 수상자는 미국 교사였고 13일(현지시간) 발표된 올해 수상자로는 팔레스타인 교사가 호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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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을 위한 행사라서 정숙하고 딱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두바이에서 열린 이날 시상식에 앞서 레드 카펫 행진에는 파리니티 초프라 등 인기 발리우드 배우는 물론 할리우드 배우 셀마 헤이엑과 매튜 매커너히도 등장해 현장을 달궜다. 갈라쇼에서는 우리나라 가수 에릭 남이 초청돼 노래를 불렀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영상 축전도 공개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10명의 최종 후보 교사는 스티븐 호킹 박사가, 이중 한 명의 수상자를 호명한 인물은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두바이는 ‘세계 교사상’을 통해 전세계 교사들을 고무시키고, 후보에 오른 교사들을 전세계로부터 존경 받게 하는 동시에 시상식 자체를 하나의 지구촌 축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의 아이디어에 ‘참 잘했어요’ 도장이라도 찍어주고 싶다.
윤나래 중동 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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