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밴혼 인근에서 로켓 한 대가 굉음과 화염을 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가 창립한 ‘블루오리진’의 재사용로켓 ‘뉴 세퍼드’(New Shepard)다. 이날 뉴 세퍼드는 고도 103km까지 치솟았다가 무인 캡슐을 성공적으로 분리한 후 다시 원래 착륙지점으로 무사히 내려앉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23일, 지난 1월 22일에 이어 세 번째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블루오리진은 본격적인 민간 우주사업의 막을 올릴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날 베조스는 “완벽한 발사와 착륙에 성공했다. 오늘 비행을 축하한다”며 세 번째 테스트 성공을 자축했다.
향후 블루오리진은 승무원이 탑승한 유인 테스트비행을 거쳐 이르면 2018년 일반 승객들을 대상으로 한 우주관광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테스트 성공에서 당사자인 베조스만큼이나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최근 전기자동차 '테슬라'로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일론 머스크 회장이다. 그는 블루오리진보다 한참 전인 지난 2002년 우주사업이라는 원대한 꿈을 안고 '스페이스X'를 창립했다.
해외 언론들이 두 회장을 자주 비교 대상에 올리는 이유는 두 사람 모두 세계적인 IT 거물이라는 것 외에도 공교롭게도 스페이스X 역시 블루오리진과 마찬가지로 재사용 로켓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두 거물의 경쟁이 표면화 된 것은 지난해 11월 블루오리진의 뉴 세퍼드가 첫 번째 테스트에 성공하면서다. 이에 머스크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축하한다"면서도 "‘궤도’로 발사하는 데 성공한 건 아니다"라는 뼈있는 한마디를 한 바 있다.
이는 두 회사의 로켓이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주 로켓의 목적은 지구 궤도나 그 너머로 우주선과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데 있다. 따라서 지구 대기권 안에서 아무리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해도 이는 우주 발사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블루오리진이 연이은 테스트 성공에 고무돼 있지만 사실 두 회사 간에는 큰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실제 지난해 12월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수직 발사된 스페이스X의 대형 로켓 '팰컨 9'는 소형 위성 11개를 모두 궤도에 올려놓고 발사 11분 만에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온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밴던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팰컨 9는 제이슨 3호 위성을 궤도 위에 올리는데 성공했으나 1단계 추진 로켓 회수는 실패했다.
곧 스페이스X의 팰컨 9가 이미 상업위성 발사 시장에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돈을 벌고 있지만 블루오리진의 뉴 세퍼드는 현재로서는 준궤도(suborbital) 테스트 로켓 정도인 셈이다. 그러나 블루오리진은 연이은 테스트 성공을 발판으로 스페이스X가 장악한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돈을 벌었던 두 회사가 같은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있다. ‘일회용’인 기존 로켓은 발사비용이 무려 6000만 달러(약 690억원)를 상회한다. 그러나 재사용 로켓은 가장 비싼 1단 추진체가 회수되기 때문에 기존 가격의 10분의 1수준이면 발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과거 미 항공우주국(NASA)과 보잉, 록히드마틴 등도 여러차례 재사용 로켓 개발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