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기원을 담은 서류가 경매에 나와 우리 돈으로 무려 37억원에 낙찰됐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경매회사 SCP옥션은 야구 규정집인 '야구의 법칙'(Laws of BaseBall)이 당초 예상가의 3배를 훌쩍 뛰어넘는 326만 달러에 낙찰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1857년 의사 출신이자 뉴욕의 야구클럽 니커보커스의 멤버이기도 한 다니엘 루시우스 닥 아담스가 작성한 이 서류는 9명의 선수, 4개의 베이스, 정규이닝 9이닝, 베이스간 거리 90피트 등 현대 야구의 근간이 되는 기본 규칙이 모두 담겨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야구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지만 사실 그 기원은 확실치 않다. 과거 영국인이 즐기던 크리켓이 야구로 변용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지만 현대 규칙을 창안한 인물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이같은 논란에 칼을 빼든 것이 바로 야구 종주국을 자부하는 미국이다. 이에 의회까지 조사해 나서 지난 1953년 6월 공식적으로 현대야구의 창시자이자 '야구의 아버지'로 알렉산더 조이 카트라이트(1820~1892)를 공표했다.
맨해튼의 서적상 출신인 카트라이트는 지역 청년들을 주축으로 한 최초의 야구클럽 니커보커스를 창단했으며 1860년 '니커보커스 룰'이라는 야구 규칙을 아담스와 함께 명문화해 현대 야구에 기초를 만들었다.
이렇게 '야구 아버지'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아담스가 작성한 야구 규정집의 '정체'가 최근 드러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니커보커스 룰' 보다 3년 앞선 1857년 아담스가 단독 작성한 이 야구 규정집은 역시 현대의 야구 규칙이 집대성돼 있다. 곧 실제 현대 야구규칙을 명문화한 사람은 카트라이트가 아닌 아담스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 문서는 지난 1999년 처음 경매에 나왔으나 그 가치를 몰라 단돈 1만 2000달러에 낙찰됐다. 그러나 최근 다시 감정을 거친 결과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으며 낙찰 예상가는 1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SCP옥션 측은 "이 문서는 야구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대헌장)라고 할 수 있다"면서 "원소유자와 낙찰자의 신원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