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자동차는 사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20세기 초만 해도 미국의 도로에서는 초기 내연 기관 자동차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내연 기관 자동차의 성능이 전기 자동차보다 월등히 뛰어나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연 기관의 성능과 편리성은 크게 향상됐지만, 무거운 납축전지는 큰 성능 향상이 없으면서 전기 자동차는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 전기 자동차가 다시 도로 위에 나타난 것은 리튬 이온 배터리 같은 차세대 배터리의 출현과 함께, 환경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구 온난화 문제는 아무리 우수한 내연 기관 자동차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수소 연료 전지나 전기 자동차 같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진 이유입니다.
물론 전기는 에너지의 형태일 뿐 그 자체로 대체에너지는 아닙니다. 석탄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 자동차라면 친환경 자동차라고 보기 힘들겠죠. 그러나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투자 붐과 맞물려 전기 자동차의 보급은 탈 화석 연료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율 주행 자동차 기술까지 더해지면 물류 운송 부분에서는 일대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직 전기 배터리 기술이나 자율 주행 기술 모두 완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배터리 기술은 크게 진보하긴 했지만, 아직 대용량 배터리는 매우 비싸며 충전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소형 전기차도 가격이 저렴하지 않을뿐더러 충전에 많은 시간을 필요합니다. 따라서 대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한 전기 트럭은 시기상조입니다. 하이브리드 트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이들은 늘 있게 마련입니다.
스웨덴의 스카니아(Scania)와 독일의 지멘스는 새로운 방식의 전기/디젤 하이브리드 트럭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실제 고속도로에 설치된 2km 구간의 전선은 전철에서 보는 것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실제 목적도 비슷합니다. 다만 기차 대신 트럭에 전류를 공급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새로운 도로를 만드는 대신 기존의 도로 위에 새로운 전기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죠. 이는 기존의 도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영국에서 개발 중인 무선 충전도로와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새로운 기술적 모험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카니아와 지멘스에 의하면 이 전력선의 도움으로 트럭이 시속 90km 정도의 속도로 달릴 수 있습니다. 아주 빠른 것은 아니지만, 트럭에는 적당한 속도입니다. 앞으로 이 구간에서 안전성, 신뢰성 및 경제성이 테스트 된 후 이런 전기 고속도로를 더 확충할 것인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도로 위의 전력선 인프라는 물론이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트럭도 같이 필요한 만큼 스웨덴 정부와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공조 역시 필요합니다. 전기 고속도로는 교통량이 많은 구간을 중심으로 확대하되 전력선이 들어가기 곤란한 지역은 충전된 배터리와 백업용 디젤 기관으로 달리게 됩니다.
한국은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전기차 보급은 물론 기본 인프라 자체가 매우 부족한 국가입니다. 신기술 개발이나 투자 역시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과거 정부에서 외친 '녹색 성장'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우리는 화석연료에 의존해서 살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에서 가장 앞선 이웃 노르웨이에 뒤질세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인프라 개발에 노력하는 스웨덴의 사례가 부러운 이유입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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