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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사이언스] 혹등고래가 용감하게 바다표범을 구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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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남극해에서 범고래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있는 바다표범을 혹등고래가 구조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된 뒤 학계는 의문에 휩싸였다. 자신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유연한 몸짓으로 범고래로부터 바다표범을 구조하는 혹등고래의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해양어업국 로버트 피트먼 박사 등 연구진은 당시 자신을 향해 바다표범이 다가오자, 거대한 가슴지느러미 사이로 바다표범이 올라오게 한 뒤, 범고래가 가까이 다가오자 바다표범이 이를 피해 물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혹등고래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위험에 처해있던 바다표범은 혹등고래의 도움으로 무사히 안전한 유빙에 안착할 수 있었는데, 이 장면을 본 연구진은 이후 혹등고래와 범고래 간의 유사한 사례 112건을 추가로 분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애썼다.

연구진에 따르면 범고래는 혹등고래의 천적으로,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동안 두 종의 고래는 종종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범고래가 혹등고래를 공격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미국 국립해양어업국 연구진의 연구결과는 이와 반대였다.

혹등고래-범고래 간 전체 충돌의 57%는 혹등고래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다. 혹등고래는 범고래가 내는 소리를 듣고 가까이 접근하며, 범고래 무리가 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큰 소리를 내고 강한 물살을 만들거나 바다표범과 같은 범고래의 먹잇감을 보호해주면서까지 이들의 사냥을 방해한다는 것.

혹등고래가 ‘구조’하는 범고래의 먹잇감이 바다표범뿐만 아니라 물고기나 고래 등 다른 종의 해양생물이 상당수를 차지한 것 역시 연구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혹등고래의 이러한 행동이 ‘포식자 괴롭히기’의 일종으로 해석했다. 즉 힘이 약한 동물이 도리어 힘이 강한 동물을 자극하고 괴롭히는 행동이라는 것.

연구진은 “피식자가 포식자를 괴롭히는 이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시에 자신처럼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다른 종들을 도울 수 있다는 효과 등을 노린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혹등고래의 이러한 행동은 일종의 ‘이타주의’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포식자로부터 도망가는 대신 맞서 싸우는 것을 선택함으로서 종족의 우월함을 과시하려는 성격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연구결과는 고래 연구 분야 권위지인 ‘해양포유류과학’(Marine Mammal Science) 7월 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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