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인간의 삶을 오랜 시간 지속시켜준 필요조건 중 하나는 충분한 산소였다. 이렇게 충분한 만큼의 산소를 지구로 가져온 것이 무엇이냐는 의문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고민거리였다.
그런데 국제 연구팀이 그에 관한 답으로 ‘이끼’를 찾아냈다는 학설을 발표했다.
미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15일자)에 실린 이 연구논문에 따르면, 우리 지구에 처음으로 안정된 산소를 공급하고 지적 생명체가 번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4억 7000만 년 전쯤 시작된 이끼의 성장이었다.
이 연구에 참여한 팀 랜턴 영국 엑서터대 교수는 “하찮게 보이는 이끼가 없었다면 오늘날 지구에는 인류가 단 한 명도 없었을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초기 육지 식물의 놀라운 생산성을 갖고 있어 지구 대기의 산소 함유량을 크게 높인 원인이라는 점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24억 년 전쯤 이른바 ‘대산화사건’(great oxidation event)으로 불리는 현상에서 처음으로 지구 대기 중에 산소가 포함됐다.
이후 산소 농도가 오늘날 수준에 도달하게 된 시기는 4억 년 전쯤이다.
일부 과학자는 숲이 산소 농도의 상승을 일으켰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 가설에 이의를 제기한다.
연구팀은 최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과거 지구의 변화를 재현했다. 이를 통해 이끼와 지의류가 4억4500만 년쯤 지구 산소의 30% 정도를 생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에 이르렀다.
이 같은 이끼의 성장에 따라 퇴적암에 포함된 유기 탄소의 양이 증가해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급상승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이 같은 산소의 급증에 따라 이동성과 지적 능력을 갖춘 대형 동물도 존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여기에는 우리 인간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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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