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으로 얼굴도 본명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 예술가인 뱅크시가 정부의 감시 체제를 비꼬기 위해 영국 첼트넘에 있는 한 주택에 그린 벽화가 완전히 파손됐다고 현지 의회 관계자가 22일(현지시간) 밝혔다.
파손된 벽화는 2014년 4월 그려진 ‘스파이 부스’(Spy Booth)라는 제목의 작품. 그 가치는 100만 파운드(약 14억7000만 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룻밤 사이에 뱅크시의 벽화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해당 지역은 관광명소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후 집 주인이 벽을 해체해 팔아버리려 하자 벽화를 지키기 위한 지역보전단체가 구성되기도 했지만, 벽화가 생긴지 4개월 만에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고 말았다.
그렇게 방치되다시피 했던 벽화는 집 주인이 공사를 하면서 완전히 파손됐다고 현지 의회 관계자는 밝혔다.
실제 공중전화부스 주위에 그려진 이 벽화는 트렌치코트를 입은 세 남성이 전화부스 주위에서 통화내용을 도청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었다.
작품 위치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직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기밀에서 수많은 도청 행위가 밝혀진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로부터 5㎞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어서 그림 속 세 남성이 GCHQ의 요원들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번 벽화 파손의 원인이 된 주택 보수 공사는 지역 당국이 주택의 노후화를 막기 위해 통지한 것에 따라 시행됐던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구의 알렉스 초크 의원은 “충격적인 소식”이라면서도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