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지진, 천년 에밀레종 흔들다!

작성 2016.09.27 18:09 ㅣ 수정 2016.09.2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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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지진으로 인해 박물관에 비상이 걸렸다. 직원들이 전시물들을 일일이 점검하고 있다.


"진짜 무슨 노이로제 걸릴 것 같심더. 하루종일 덜덜덜, 내 경주에서 58년 살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교? 아이구, 참!"

경주에서 만난 주민 이원우(58)씨는 대뜸 한탄을 한다. 지진으로 인해 기왓장이 떨어지고 간도 덜컥 떨어졌다 붙었다.

천년고도 경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선덕여왕 미실을 바라보면서, 신라 조상들이 겪었을지도 모를 '일식(日蝕)'의 혼란처럼 지진은 현재 서라벌 주민들의 생계도 그렇게 흔들고 있다. 정부는 급기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였을 지경이다.

2016년 9월 12일 저녁, 규모 5.1의 지진과 곧이어 따라온 규모 5.8의 강진으로 인해 불국사 대웅전 지붕 및 오릉 담장 일부 기와가 고드름 떨어지듯 내려앉았고, 첨성대의 상부 정자석이 이동하였다.

이외에도 경주 인근에 산재한 많은 문화유산들이 지진으로 인해 다소간의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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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으로 인해 토기류나 금동 장신구 전시품들은 수평이 흐트러지는 경우나 자리를 이탈하여 파손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번 지진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가 예상되었던 '국립경주박물관'의 경우 특별한 손실 없이 잘 버텨주었다.

박물관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신라역사관 유리창 4장과 건물 외벽 및 기와 몇 장의 파손만 확인되어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고 한다.

말 그대로 진도 규모 7.0도 견디는 내진설계의 위력을 다시금 체감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물관 측은 전시물들의 자리이탈 교정 및 바닥 고정 작업을 서둘러 하고 있어 향후 다시 일어날지도 모를 지진을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참 지진으로 흔들리고 있는 경주 문화유산의 꽃, 국립경주박물관이다.

● 신라역사관에서 서라벌의 예술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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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덕대왕 신종. 흔히 에밀레종이라고 불린다. 어린 아이를 넣었다고 하는 낭설이 퍼지기도 하였는데, 당시 신라는 불교문화여서 살생을 금지하였고, 실제 종에는 사람 뼈를 이루는 인(P)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문화 유산의 보고이다.

말 그대로 서라벌 문화의 고갱이만 차곡차곡 모아 놓은 진귀한 곳이지만, 의외로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지니는 ‘무거움’때문인지 경주 방문객들이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국립경주박물관은 제값 톡톡히 하니 경주 1순위 방문지로 삼아야 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처음 1945년도에 국립박물관 경주분관으로 출범한다, 이후 지금 앉은 자리인 인왕동으로 1975년 7월 2일에 이전하였고, 이때 ‘국립’으로 격을 높여 지금까지 훌륭한 유물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상설전시관으로는 신라역사관, 신라미술관, 월지관 등의 3관이 있으며, 따로 특별전시관을 두고 있다.

입구 오른편에는 그리도 유명한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과 고선사터 삼층석탑, 각종 다양한 불교조각품을 전시되고 있다.

우선 관람객들의 경우 입구 정면 건물 계단을 오르면, 신라역사관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에는 총 4개의 방이 있는 데, 제1실부터 제4실까지 신라 역사를 유물을 통해 한 눈에 만나게 되는 진귀한 경험을 한다.

특히 이곳에는 4세기 초부터 8세기 후반에 이르는 기간 동안 신라의 훌륭한 예술적 보물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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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무늬수막새. 기왓골 끝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통의 암키와와 수키와에 비해 현존하는 수막새는 많지 않다. 흔히 모 대기업 로고를 떠올리는 관람객들이 많다.


특히 금, 은, 동으로 화려하게 세공한 각종 장신구들의 경우 현재의 그것들과 겨루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디자인적 감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역사책에 늘 나오는 삼채뼈 항아리, 토우장식 긴목 항아리를 포함하여 각종 장식보검들이 즐비하게 쌓여 있어 신라 공예 예술의 수준을 한 눈에 감탄하게 만든다.

모 대기업 로고문양을 생각나게 만드는 신라의 웃는 얼굴, 바로 얼굴무늬수막새을 만날 수 있는 행운도 있다.

● 신라의 시대정신, 불교 예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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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경주박물관의 파노라마 전경. 박물관 내부의 전시물들 외에 옥외공간에도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신라역사관을 나와 왼편으로는 신라미술관이 있다.

이곳에는 신라의 찬란했던 불교문화의 정수인 각종 불교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분황사 석탑 사리갖춤, 감은사 서석탑 사리갖춤, 남산 장창골 미륵삼존불, 백률사 약사불 등이 있다.

그리고 역사 교과서에 늘 신라인의 대표예술품으로 등장하는 말탄무사모양뿔잔과 황룡사 망새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신라미술관을 지나 정원을 거쳐 나오면 월지관이라는 길게 뻗은 전시관이 있다. 월지는 신라 유흥문화의 정수라고 불리울만큼 진귀한 보물들이 많이 나온 연못 이름이다.

이곳에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대표 응원단 문양인 ‘치우천왕’의 원형으로 볼 수 있는 용얼굴무늬기와가 있어 관람객들의 흥미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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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국가대표 응원단 ‘붉은악마’의 원형 디자인으로 볼 수 있는 치우천왕 형태의 용왕무늬기와이다. 이런 용왕무늬기와는 박물관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기묘하고도 야한(?) 형태의 조각품들을 통해 신라시대 조상들의 유쾌하고도 개방된 유흥 문화도 엿볼 수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지진도, 안타깝지만 ‘정확히 기록해야 될 우리 역사의 사실’이라는 박물관 관계자들의 말은 국립경주박물관이 이미 지진을 넘어서 역사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가을, 지진으로 흔들린 경주 땅을 단단히 눌러 주러 가는 것은 어떨까?

<국립경주박물관에 대한 10문답>

-아래 질문은 실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을 바탕으로 만든 10문답입니다.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인가?

-너무나 당연하다. 경주에서 가장 볼거리 풍부한 곳 중 으뜸은 단연 ‘국립경주박물관’이다.

2. 이 공간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추천한다. 쉴 곳과 볼거리가 풍부하고 지친 발걸음 잠시 편히 놓아도 될 벤치가 많아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좋다.

3. 지진 영향은 없나?

-내진설계가 되어, 지진 진앙지가 바로 박물관 아래에서 발생한다고 해도 규모 7까지 안전한 공간이다.

4. 시간은 많이 걸리나?

-제대로 마음먹고 둘러본다면 한나절도 부족할 듯하다. 2~3시간 정도의 관람시간.

5.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놓치지 말고 꼭 봐야 하는 공간은?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얼굴무늬수막새, 임신서기석, 황룡사망새, 천마총 출토 금관 외에도 각종 금동 장신구들.

6. 홈페이지 주소는?

-http://gyeongju.museum.go.kr/html/kr/

7. 관람시간 및 입장료?

-입장료는 무료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매주 토요일 야간개장 오후 9시까지 / 자세한 시간 문의는 홈페이지 참조.

8. 주변에 가 볼만한 다른 공간도 있을까?

-박물관 바로 옆에 안압지라고 불리던 ‘동궁’과 ‘월지’가 있다. 야경이 환상적이다.

9. 이곳에서 꼭 추천하고픈 것은?

-당연히 자원봉사자 전시해설이다. 해설을 듣는 것과 안 듣는 것의 차이는 확연해서 입구에서 시간확인 후 꼭 참여를 하도록. 이것이 여의치 못한 사람들은 오디오 가이드를 꼭 빌려서 감상하도록.

10. 총평 및 당부사항, 기타정보

-관람객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지진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혹 천년의 향기 품은 경주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국립경주박물관은 꼭 들리자.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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