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과 여성 혐오, 저급한 음담패설 등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최종병기(?)가 등장했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배러 유세 도중 연단에 깜짝 등장한 한 아기 덕에 CNN 등 주요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트럼프의 미니미'라는 별칭을 얻은 이 아기는 트럼프 지지자의 아들이다.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아버지에 의해 트럼프에게 건네진 아기는 곧 연설의 주제로 떠올랐다. 트럼프는 "나와 무척이나 닮았다. 그렇지만 네가 더 잘생겼다"며 너스레를 떤 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아기는 '이름'이라고 대답하며 아기다운 모습을 보였지만 압권은 마지막 질문이었다.
'연단 뒤에 있는 부모님께 가겠느냐, 도널드 트럼프랑 함께 있겠느냐'는 트럼프의 질문에 곧바로 '트럼프'라고 대답한 것. 이에 수천 명의 지지자들은 열띤 환호와 박수를 쳐 연설장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아기는 트럼프의 외모를 그대로 코스프레해 화제를 모았다. 양복을 입은 것은 물론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색 넥타이와 심지어 특유의 트럼프 헤어스타일까지 흉내낸 것.
연단에 등장한 아기가 사전에 계획된 것인지, 우연한 일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기도 싫어한다'는 트럼프의 이미지가 일부 회복된 것은 사실. 지난 8월 트럼프는 버지니아주 애슈번에서 연설하던 도중 현장의 아기가 울자 “데리고 나가달라”로 말했다가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이날 트럼프는 자신의 과거를 들추는 폭로가 또 나오면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저급한 음담패설을 담은 2004년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면서 트럼프에 대한 미국내 여론은 싸늘하게 식고 있다. 지난 10일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동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46%와 35%로 나타나 11% 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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