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팔의 감각을 잃은 한 미국 남성이 일명 ‘마인드 컨트롤 로봇 팔’로 12년 만에 다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라이브사이언스,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올해 30살인 네이선 코프랜드라는 청년의 뇌에는 BCI(Brain Computer Interface)라 부르는 작은 칩이 이식돼 있다. 사람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인 BCI는 코프랜드의 끊어진 척수와 로봇 팔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 의료센터(UPMC) 연구진은 최근 코프랜드와 로봇 팔을 연결한 뒤 로봇 손과 코프랜드의 감각이 얼마나 연결됐는지를 살피는 테스트에서, 코프랜드는 84%의 감각 정확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즉 눈을 가리고 로봇 팔에 얼얼하거나 따끔거리거나 압력을 가하는 등의 다양한 자극을 줬을 때, 또 각각의 로봇 손가락을 짚은 뒤 어느 손가락인지를 맞추는 테스트를 했을 때 정답을 말한 비율이 84%에 달했다는 것. 연구진이 로봇 팔을 간질이자, 코프랜드는 웃으며 연구진에게 “방금 한 것이 간지럼이 맞느냐”고 묻기도 했다.
코프랜드가 팔에 감각을 느낀 것은 무려 12년 만의 일이다. 그는 2004년 18살 때, 빗길에 운전을 하던 중 교통사고가 발생하면서 척추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그는 팔 아래쪽과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됐고, 일상의 모든 면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는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피츠버그대학 연구진과 인연이 닿은 그는 감각을 관장하는 자신의 뇌 부위에 셔츠 단추의 절반 크기 정도 되는 작은 칩을 이식하는 수술에 동의했다.
이식수술을 받은 지 약 한 달 후부터 그는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로봇 팔은 코프랜드의 뇌에 이식된 칩과 연결이 돼 있어 로봇 팔이 느끼는 것을 코프랜드도 느낄 수 있다. 팔 뿐만 아니라 손등과 손의 감각까지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현재 환자는 매우 안정적으로 감각을 느끼고 있다. 감각을 증폭시키는데에는 수 개월의 훈련과 연구가 더 필요할 것”이라면서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가 마치 자신의 원래 팔과 손을 쓰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