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이미지로 인기가 높은 미어캣의 '가면'이 벗겨졌다.
최근 미국 듀크 대학 연구팀은 암컷 미어캣의 경우 수컷보다 테스토스테론이 두 배는 더 많이 분비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남성 호르몬의 대표 격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은 신체적, 성적 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여성도 소량 분비된다. 그러나 미어캣처럼 암컷이 남성 호르몬을 2배나 더 많이 분비하는 경우는 동물의 왕국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
이번 연구는 암컷 미어캣이 그룹을 이끌고 특히 동족을 못살게 굴거나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행동에 대한 설명이 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컷 미어캣은 약한 암컷들의 음식을 빼앗거나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나쁜 계집애'(mean girl)다. 여기에 그룹을 지배하는 여왕 미어캣은 다른 암컷이 임신하면 다른 곳으로 쫓아버리거나 심지어 새끼를 죽이기도 한다.
논문의 저자 캔드라 스미스 연구원은 "여왕 미어캣은 철권통치로 그룹을 지배한다"면서 "동족으로 하여금 먹이를 가져오게 하고 자신의 아기를 대신 돌보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왕은 그러나 소화기관에서 다른 암컷보다 더 많는 기생충이 발견됐다"면서 "이는 많이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이 면역 시스템을 약화시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스페인 그라나다대학 연구진은 전세계 포유류 1024종 중 자신의 종족을 가장 많이 죽이는 종은 미어캣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미어캣이 동족의 공격을 받고 죽는 경우는 전체 사망 원인 중 19.4%에 달했다. 특히 미어캣은 다른 포유류에 비해 새끼를 죽이는 사례가 매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지가 매우 사나운 동물들이 오히려 동족에게 관대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재규어와 퓨마의 동종 살해율은 각각 11.1%, 11.7%에 그쳤고, 호랑이는 0.88%, 둥근귀코끼리는 0.29%에 불과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