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자로 널리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전직 여성대통령이 하루아침에 빈털털이가 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부정축재 환수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 5월 자신의 부동산 대부분을 아들과 딸에게 증여했다.
페르난데스가 아들 막시코와 딸 플로렌시아에게 넘긴 부동산은 아파트 10채와 단독주택 4채, 얼음산 관광으로 유명한 엘칼라파테에 보유한 알짜배기 필지 8건 등 모두 25건이다. 최소 15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재산이다.
자신의 명의로 남긴 부동산은 개발 가능성이 가장 낮은 공터 필지 1건뿐이다. 하루아침에 부동산 재벌에서 빈털털이로 전락한 셈이다.
페르난데스가 돌연 자식들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건 재산보호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지난해 12월 퇴임한 페르난데스는 재임 때 중앙은행의 외환선물거래를 통해 국가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르난데스는 검찰이 기소를 결정하자 3일 만에 부동산을 자식들에게 증여했다.
재판부는 부랴부랴 1500만 페소(약 10억원) 규모의 재산동결을 결정했지만 페르난데스가 부동산을 모두 넘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페르난데스의 막대한 재산은 재임 기간 내내 논란거리였다.
2003년 남편 네스토르 키르츠네르가 대통령에 취임할 때 부부가 신고한 재산은 700만 페소였지만 페르난데스가 퇴임한 2015년 신고한 재산은 6400만 페소였다.
13년간 남편과 부인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재산이 1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드러난 재산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비리 폭로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야당 하원의원 엘리사 카리오는 최근 TV 인터뷰에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재산이 140억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1억 달러는 우리돈 약 1100억이다. 최소 16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페르난데스는 남편이 대통령으로 있던 2007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2001년 연임에 성공한 그는 지난해 12월 물러났다.
남편 네스토르 키르츠네르는 2010년 심장마비로 돌연 사망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