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 있는 한 동굴에서 4만 년 된 화장 도구가 발견됐다. 당시 구석기인들은 이 도구로 몸에 칠을 하는 데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프랑스 보르도대 연구팀은 1930년대 초기 인류의 흔적이 발견됐던 포르크 에픽 동굴에서 나온 석기 21점을 분석했다. 또한 함께 나온 붉은색과 노란색 오커도 조사했다. 여기서 오커는 산화철이 주성분인 천연 흙으로, 흔히 황토색을 지칭한다.
특히 오커는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를 그리는 데 쓰여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안료라고도 불린다.
뿐만 아니라 오커는 화장품이나 접착제로도 쓰였다는 증거도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오커를 화장품으로 사용했으며, 구석기인들은 아카시아 나무의 점성 물질과 섞은 오커를 접착제로 사용했다는 연구도 있다. 이처럼 오커는 다양한 용도로 쓰여온 것.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최신호(11월 2일자)에 실린 이번 연구에서는 오커를 석기로 조심스럽게 연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 동굴에서는 오커를 곱게 갈아 몸을 치장하는 데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반면 이 동굴에서는 동굴 벽화에 관한 증거는 지금까지 부족하다고 한다.
연구를 이끈 다니엘라 로쏘 박사는 “용도에 따라 다르게 쓰였을 오커 분말은 실용적이거나 상징적인 것일 수도 있다”면서 “이는 고도의 행동 복잡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는 스페인 북부 엘 카스티요 동굴에서 발견된 벽화 가운데 붉은 원반 그림으로, 지난 2012년 우라늄 연대 측정결과 4만 800년 전의 것으로 측정됐다.
사진=다니엘라 로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