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길진 않았지만 설 연휴를 마치고 첫 출근이다. 고향길 오가느라 피곤할 수도 있다. 혹은 나름 쉰다고 쉬었건만 더욱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사무실에서 주변 사람들 눈치 보면서 늘어진 하품을 할 수밖에 없다.
흔히 피곤하거나 지루할 때 하품을 한다고 생각들을 한다. 물론 지루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하곤 한다. 하지만 꼭 그 이유만은 아니다. 과학적 이론은 당신이 하품을 하는 몇 가지 다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영국 매체 더선은 최근 '하품을 하는 재미난 과학적 이유'를 소개했다.
첫째, 생리학적 이유다. 우리 몸에 쌓인 이산화탄소를 몰아내고 좀더 많은 산소를 마시려 할 때 하품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우리가 많은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함께 있을 때 하품이 더 잘 나오는 현상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신경과학자인 로버트 프로빈 매릴랜드대 교수는 "이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산소를 더 공급하기도 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여보기도 했지만 모두 하품을 막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둘째, 진화론적 이유다. 하품은 인류의 조상 때부터 지속되어온 것이며, 당시 그들은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 치아를 보여주는 행동의 일환이었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들 역시 하품은 초기 인류가 쓴 미묘한 신호체계의 하나였다고 말한다.
셋째, 그냥 지루하기 때문이다. 가장 상식적으로 널리 알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예컨대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왜 시합 직전 하품을 하거나 개들이 공격적 의사를 내비치기 전에 왜 하품하는지 설명해주는 데 한계가 있다. 두 경우 모두 지루한 탓은 아닐텐데 말이다.
넷째, 뇌를 차갑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가장 최신 이론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최근 '하품은 뇌가 좀 차가워져야할 상황. 즉 뇌가 지나치게 활발하게 움직여서 뜨거워진 상황에서 더욱 빈번하게 나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참가자들의 이마에 차가운 수건 혹은 뜨거운 수건을 올려놓은 뒤 그 각각 상황에 대한 뇌의 반응을 조사했다. 그 결과 차가운 수건을 올렸을 때 뇌가 차분해지면서 초롱초롱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사람들은 뇌가 뜨거워졌을 때 뇌를 좀더 차갑고, 기민하게 만들기 위해 무의식적로 하품을 한다는 설명이다.
이제 회의석상에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힘껏 하품을 해서 뇌를 각성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팀장의 따가운 눈치를 조금 살피기는 해야겠지만 말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