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모와 딸 등 일가족이 옷더미에 파묻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사건현장을 봤을 때 압사 또는 질식사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알리칸테에서 벌어진 일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부부의 큰딸(18)은 일찍 결혼해 옆집에 살고 있다. 큰딸은 주말을 맞아 이날 늦잠을 잤다. 딸이 잠에서 깨어난 건 낮 12시쯤.
큰딸은 여느 때처럼 부모님의 집을 찾았다. 한창 떠드는 소리가 들릴 점심시간대였지만 왠지 집안은 조용했다.
인기척이 없는 집을 구석구석 살펴보던 큰딸은 부모님의 방문을 열고 깜짝 놀랐다. 부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바닥엔 옷더미만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든 큰딸은 옷더미 속을 파헤치다가 이미 싸늘해진 여동생의 팔을 찾아냈다.
큰딸은 부르르 떨면서 경찰을 불렀다. 출동한 경찰은 옷더미 아래에서 50세와 49세 된 아빠와 엄마, 12살 된 막내딸의 시신을 수습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부모는 옷에 대한 집착이 유별났다. 휴가철이면 친지를 만나기 위해 알제리나 모로코를 방문하던 부모는 1년 내내 선물을 준비한다며 옷을 사모으곤 했다.
협소한 집에 옷을 보관할 곳은 마땅치 않았다. 부모는 선반을 세우고 옷을 잔뜩 쌓아두곤 했다.
집엔 옷이 가득해 침대를 놓을 자리도 없었다. 일가족은 침대를 사용하지 못하고 바닥에서 잠을 잤다.
경찰에 따르면 부모와 막내딸을 덮친 옷더미의 무게는 1톤이 넘었다.
옷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선반이 쓰러지면서 잠을 자던 세 가족이 옷더미에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은 부검이 끝나야 알 수 있겠지만 옷에 깔려 죽거나 옷에 덮혀 질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믿기 어려운 사건이라 경찰들도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