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현지시간)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은 스위스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를 앞두고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간했다.
‘99%를 위한 경제’(An economy for the 99%)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옥스팜은 지난해 세계 갑부 8명의 소유 재산이 세계 인구 절반의 재산 총합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중에서도 가장 재산이 많은 사람은 바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다. 그의 재산은 무려 750억 달러(약 86조원)로, 패션브랜드 자라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670억 달러),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대주주(608억 달러) 등을 여유롭게 따돌렸다.
흥미로운 점은 빌 게이츠가 천문학적인 기부에도 재산은 알아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보고서에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재산이 늘어난다면 25년 후 빌 게이츠는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만장자(trillionaire)의 의미는 1조 달러(약 1158조원)의 재산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빌 게이츠가 인류 역사상 가장 돈이 많은 개인이지만 그조차도 아직 '억만장자'를 넘어서 '조만장자'라는 전인미답의 길로 들어서지는 못했다.
국내에서는 슈퍼리치의 대명사로 통하는 아랍에미리트의 왕자 만수르의 재산이 30~40조원, 그 왕가 총 재산이 100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과 비교해보면 이 돈이 얼마나 큰 액수인지 짐작이 간다.
사실 조만장자의 첫 등장에 담긴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인류의 산업혁명 이후 처음 등장한 백만장자, 20세기 들어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를 필두로 첫 등장한 억만장자에 이어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규모가 과거에 비해 커지기는 했으나 다양화되고 세분화된 현 시대에 한 곳으로 부가 쏠린다는 것은 쉽지 않아 조만장자의 등장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옥스팜 보고서처럼 연평균 11%에 달하는 재산 증식 속도에 비추어 빌 게이츠가 25년 후 인류 첫 조만장자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5년 후 그의 나이는 86세로, 물론 그때까지 살아있어야 한다는 가정이 붙는다. 특히 99%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공언을 실천한다면 빌 게이츠는 첫 조만장자라는 타이틀을 넘어 첫 1조 달러 기부자라는 영예도 얻을 수 있다.
사진=TOPIC / SPLASH NEWS(www.topicimages.com)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