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베네수엘라의 대학생 파스카렐라는 해외취업에 성공했다. 독일의 한 기업에 인턴을 지원한 게 덜컥 합격한 것. 하지만 파스카렐라는 요즘 가슴만 졸이고 있다. 아직 여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스카렐라는 "여권을 신청한 지 1달이 넘었지만 아직 발급이 미뤄지고 있다"면서 "4월까진 독일에 가야 하지만 시간에 맞춰 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을 신청하고 4개월 넘게 대기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면서 고개를 떨궜다.
베네수엘라에서 여권 만들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어지고 있다. 여권 발급이 이처럼 지연되는 건 바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여권을 만들 종이 자재가 없는 탓이다.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특수종이를 사용하여 제작하는 여권인데, 경제난과 외환부족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정부로서 종이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여권을 신청해도 언제 발급될지 알 수 없어 발을 구르는 사람은 이미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멕시코에 사는 베네수엘라 출신 사아베드라는 지난해 5월부터 대사관에 여권 갱신을 문의하고 있지만 번번히 '갱신 불가'라는 답을 듣고 있다.
이유는 언제나 같았다. 여권을 만들 소요자재가 없다는 것이다.
남미 최대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달러가 없어 수입이 막히면서 여권을 만들 때 필요한 핵심자재도 수입이 중단됐다.
여권을 만들기가 힘들어지면서 부작용은 속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여권발급에 드는 비용은 2124볼리바르, 약 3500원 정도다. 그러나 발급이 무작정 늦어지면서 뒷돈을 요구하는 브로커나 공무원이 늘어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여권을 빨리 내주겠다며 150만 볼리바르(약 248만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3월이면 자재를 확보할 수 있어 발급이 정상화할 것"이라면서 "3월까진 급하지 않은 경우라면 여권 신청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