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의 심화로 기상 이변이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에서는 가뭄과 사막화의 진행으로 많은 야생 동물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런데 이런 힘겨운 상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나선 사람이 있어 화제다.
그는 거의 매일 2시간이나 걸리는 먼 거리에 있는 서차보 국립공원으로 물탱크가 달린 트럭을 몰고 가 야생 동물들의 생명수가 되고 있는 물웅덩이에 1만 ℓ가 넘는 물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케냐에서 ‘워터 맨’으로 불리고 있는 패트릭 킬론조 음왈루아(41)는 가뭄 때면 거의 매일 야생 동물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현지 마을에서 콩을 재배하는 농부인 그는 “해마다 강우량의 감소로 케냐에서는 야생 동물들이 물을 충분히 얻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무시하지 못해 그런 일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벌써 몇 개월 째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트럭을 몰고 공원에 도착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코끼리와 얼룩말 등 많은 동물이 웅덩이 쪽으로 모여든다”면서 “마치 그들은 물의 냄새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때로는 500마리가 넘는 버펄로 떼가 웅덩이 주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적도 있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어 그는 “만일 내가 물을 공급해주지 않으면 이런 야생 동물들은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노력은 공원을 방문했던 몇몇 관광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야생 동물들을 위해 애쓰고 있는 패트릭을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부해 19만 달러(약 2억 1400만 원)가 넘는 자금이 모였다. 물론 아직 25만 달러라는 목표 금액까지는 꽤 남은 상황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야생 동물에게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생업을 갖고 있으면서 거의 매일 2시간씩 그것도 사비를 들여 물을 공급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그의 활동이 더 널리 알려져 더 많은 사람이 도와주길 기원한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