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끔찍한 축구사랑이 또 다시 확인됐다.
바르셀로나와 파리 생제르맹(PSG)의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이 열린 지난 8일(현지시간) 브라질 하원이 축구중계를 보려 회의를 중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하원 의장은 이날 회의 중 돌연 정회를 선포했다.
회의가 중단되자 약속이나 한 듯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의원들은 뿔뿔이 흩어지는 듯했지만 이들에겐 은밀한(?) 약속이 있었다.
의원들이 발걸음을 재촉한 곳은 의회당 내 대형 TV가 설치된 룸. 의원들이 모이자 전원이 켜진 TV에선 바르셀로나-PSG 중계방송이 흘러나왔다.
하원이 정회를 선포한 건 바르셀로나-PSG 중계방송을 보기 위해서였다.
한창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의원들이 둘러앉아 축구경기를 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브라질 인터넷에선 비난이 쇄도했다.
"필요하다면 회의를 중단할 수도 있겠지만 축구 때문에 정회를 선포한 게 올바른 일인가", "월드컵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려고 회의를 중단했다니 기가 막힌다"는 등 의원들로선 뼈아픈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의원들은 꿋꿋하게 비난에 맞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많은 국민이 일손을 놓고 메시의 경기를 보지 않았는가"라며 "의원들이라고 축구경기를 보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또 다른 의원은 "축구 때문에 잠시 일을 쉬는 건 흔하게 있는 일"이라며 "단지 의원이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건 부당하다"고 화를 냈다.
의원들을 옹호하는 의견도 없진 않았다. 한 네티즌은 "내가 의원이었어도 회의를 중단하고 경기를 봤을 것"이라며 "의원들도 일반인과 똑같이 축구를 볼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에서는 그들의 응원 덕분인지 바르셀로나는 PSG에 6-1로 승리, 1, 2차전 합계 6-5 스코어를 기록하며 극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
브라질에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네이마르 다 실바(브라질),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등 남미 출신이 활약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승리에 환호가 터졌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