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보다

별 곁에 들러붙어 야금야금 빨아먹는 블랙홀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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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9 옆에서 조금씩 빨아들이고 있는 블랙홀의 모습. (사진=NASA)


블랙홀은 주변에 물질이 있다면 계속해서 질량을 흡수하면서 점차 커진다. 대표적인 것은 은하 중심 블랙홀이다. 은하 중심부는 은하에서 가장 물질 밀도가 높은 장소이므로 은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에 달하는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한다. 하지만 은하 중심 이외의 장소에도 동반성에서 물질을 뺏으면서 커지는 항성 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


최근 국제 천문학자팀은 나사의 찬드라 X선 망원경과 누스타(NuSTAR) 위성, 그리고 호주의 전파 망원경인 ATCA(Australia Telescope Compact Array)를 통해 지구에서 1만 4800광년 떨어진 X선 천체인 X9를 관측했다. 과학자들은 이전부터 이 천체가 28분 주기로 밝기가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몰랐다.

이번 관측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 밝기 변화의 원인은 블랙홀과 그 동반성의 공전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블랙홀과 별이 불과 28분 주기로 서로의 주변을 공전하는 것이다. 둘 사이의 거리는 지구-달 거리의 2.5배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동시에 찬드라 X선 망원경은 여기서 많은 양의 산소를 찾아냈다.

이 관측결과를 종합하면 블랙홀의 동반성은 일반적인 별이 아니라 산소가 풍부한 백색왜성이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이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본래 두 개의 별로 이뤄진 쌍성계가 있었는데, 질량이 큰 쪽이 먼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고 남은 부분은 블랙홀이 되었다. 그 후 동반성 역시 적색거성이 되었는데, 가까운 거리 때문에 블랙홀이 동반성의 가스를 대거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동반성은 수소를 대부분 빼앗기고 남은 부분이 모여 백색왜성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백색왜성의 운명은 확실치 않지만, 현재 많은 물질을 빼앗기고 있어서 결국 미래에는 완전히 블랙홀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과학자들이 목격한 것은 블랙홀이 동반성을 조금씩 뜯어먹고 있는 장면인 셈이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블랙홀이 괴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모든 것은 중력의 법칙에 따른 자연의 섭리일 뿐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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