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의 한 광장에 곰 분장을 한 남성이 등장했다. ‘포옹 한 번에 10위안(1600원)’이라고 쓰인 팻말이 그의 목에 걸려 있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세 살 아들을 살리기 위한 아빠 펑카이(冯凯, 25)의 모습이다.
아들은 지난 2015년 12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전동차 수리로 생계를 유지해 오던 펑카이에게 아들의 치료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집안 식구들은 가난한 살림에 치료는 무리라며 병원 치료를 포기하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한사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입원 치료를 받게 했다. 지난 2년간 아들은 화학치료, 골수이식 등의 치료를 받았고, 치료비는 37만 위안을 넘어섰다.
그는 빚더미에 앉았고, 더는 손 벌릴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하루 1000위안이 넘는 비용 청구서는 나날이 쌓여갔다. 다행히 아들은 병원 치료로 8.4kg에 불과했던 몸무게가 12kg으로 늘었고,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는 결국 지난 27일부터 길거리에서 곰 옷을 입고 나섰다. 사람들에게 돈을 구걸하는 것 같아 겸연쩍긴 했지만,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걸인이 되어도 상관없었다. 두꺼운 곰 복장을 하고 서면 온몸이 땀 범벅이 되었다.
하지만 행인들의 시선은 냉랭했다. 3일간 겨우 7번의 포옹으로 100위안(1만6000원)을 벌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안타까운 소식이 29일 인터넷 매체 이투(乙图)에 소개되면서 놀라운 반전이 이루어졌다.
관련 기사는 하루 만에 100만 뷰를 훌쩍 넘었고, 수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루 사이 전국 각지에서 쏟아진 모금액은 18만 위안(2900만원)이 넘었다.
그는 수많은 네티즌의 격려에 “아내와 아들 모두 힘을 내겠다”며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많은 사람의 온정이 희망의 빛 줄기가 되어 주었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