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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남미] ‘빚 2만원’에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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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과 법원의 착오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셀리아 고도이는 법원에 의해 집이 경매로 넘어간 뒤 쫓겨나야 했다. (사진=미누토우노)


2만원이 약간 넘는 빚 때문에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 있을까?

어처구니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졸지에 길에 나앉게 된 집주인은 억울하다면서도 짐을 꾸려 집을 비웠다.

아르헨티나 살타에 사는 야상 셀리아 고도이는 30년 전 집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렸다. 자식들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을 보탰고, 2000년 셀리아 고도이는 빚을 다 갚았다.


하지만 같은 해 은행은 고도이를 상대로 채권집행 소송을 시작했다.

영문을 알았더라면 "대출로 진 빚을 다 갚았는데 무슨 소송이냐?"고 반박하며 대응했겠지만 고도이는 소송이 시작된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다.

법원이 보낸 통지가 '셀리아 고도이'가 아닌 '세실리아 고도이'라는 잘못된 이름으로, 게다가 엉뚱한 주소로 배달된 때문이다.

셀리아 고도이에게 제대로 된 법원의 통고 도착한 건 소송이 시작된 지 17년 만인 2016년 중반이다.

법원은 "빚을 갚지 않아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게 됐다"고 알려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셀리아 고도이는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을 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을 시작했지만 5일 만에 다시 법원으로 통지를 받았다. 통지엔 "경매가 끝났으니 집을 비워라"고 적혀 있었다.

셀리아 고도이는 아직 분가하지 않은 아들과 딸, 손자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집에서 쫓겨나는 사태만큼은 피해보려고 했지만 "집을 비우지 않으면 강제퇴거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에 결국 지난달 31일 온 가족은 이사짐을 꾸려 집에서 나왔다.

원리금을 모두 갚았지만 빚이 남았다는 은행 측 주장, 소송이 17년이나 이어진 점, 법원 통지가 엉뚱한 곳으로 배달된 사실 등 셀리아 고도이에겐 납득하기 힘든 점이 한둘이 아니다.

더욱 황당한 건 남았다는 빚의 액수다.

법원에 따르면 주택은 빚 359.63페소 때문에 경매에 붙여졌다. 지금의 페소-달러 환율을 적용해 환산하면 2만3000원 정도의 돈이다. 2000년 환율을 적용해도 남았다는 빚은 40만원이 채 안 된다.

셀리아 고도이는 "맹세컨대 빚은 모두 갚았다. 설령 빚이 남았더라도 담배 5갑도 못사는 돈인데 법원이 이렇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느냐"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법원은 사건에 대해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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