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간다는 건 누구에게나 설레는 일이지만 소년에게 조국이란 지옥의 다른 말이었다.
외국에서 살던 16살 베네수엘라 소년이 조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현지 언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콜롬비아 북서부 라에스트레야라는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소년은 엄마와 함께 극심한 경제난을 피해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에 새로운 삶의 둥지를 틀었다. 모자가 정식으로 입국했지만 영구거주의 자격은 없어 불안한 신분이었던 셈이다.
모자은 최근 콜롬비아 이민 당국으로부터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선 베네수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통고를 받았다.
합법적으로 체류하기 위해선 베네수엘라로 돌아갔다가 다시 입국해야 하는 상황. 엄마는 이런 사실을 아들에게 알렸다.
이게 비극으로 이어졌다. 아들은 "베네수엘라로 돌아가긴 싫다"고 버럭 화를 내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소년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엄마는 "아마도 극도로 우울할 때 베네수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경제형편이 어려운 가족은 콜롬비아의 도움으로 아들의 장례를 치렀다.
소년이 다니던 학교의 친구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장례비용을 댔다. 안타까우면서도 훈훈한 소식을 접한 라에스트레야 당은 관을 지원했다.
아직 베네수엘라에 살고 있는 소년의 누나들이 콜롬비아로 건너가 장례식에 참석한 것도 콜롬비아로 이민을 간 베네수엘라 동포들이 정성껏 돈을 모아 경비를 댄 덕분이다.
타향에서 아들을 먼저 보낸 엄마는 "이제 딸들과 함께 베네수엘라로 돌아가야 하지만 꼭 다시 콜롬비아로 돌아올 생각"이라며 "지긋지긋한 베네수엘라로 돌아가 살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