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에선 더 이상 주인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무작정 기다리는 충견의 사연이 아르헨티나 언론에 소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아르헨티나 멘도자주 마이푸에 있는 한 장례식장에 가면 만날 수 있다는 반려견은 ‘피룰라이스’라는 이름을 가진 세퍼트다.
피룰라이스는 1달째 장례식장 입구를 맴돌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을 아는 주민들이 피룰라이스를 집으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반려견은 꿋꿋이 자리를 자키고 있다.
피룰라이스의 주인은 한 달 전 세상을 떴다. 가족들은 지금 피룰라이스가 지키고 있는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장례식을 치렀다.
아르헨티나에선 관의 뚜껑을 열어놓고 장례식을 치른다. 피룰라이스가 사랑하는 주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곳이 바로 장례식장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피룰라이스는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장례식장 입구를 떠나지 않고 있다.
고인의 친척과 주민들이 그런 반려견을 집으로 돌려보내려 해봤지만 피룰라이스는 완강히 거부했다. 입양을 원한 사람도 있었지만 피룰라이스는 따르지 않았다.
남반구에 있는 아르헨티나는 이제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고 있다. 날씨가 갈수록 추워지고 있지만 피룰라이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장례식장 밖을 지키고 있다.
한 주민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찢어지는 듯 슬픈 광경”이라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 많지만 피룰라이스가 만지는 것도 허용하지 않아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혹시 저러다 개가 죽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게 된 주민들은 길에다 개집을 세워줬다. 피룰라이스가 먹을 음식을 날마다 가져다 주는 것도 주민들이다.
매일 피룰라이스에게 먹을거리를 주고 있다는 한 주민은 “아마도 개는 자신이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슬프다는 듯 신음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