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캘리포니아주 지역신문인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는 LA에 사는 마이크 루비노(57)의 '생면부지' 자식 찾기 사연을 보도했다.
루비노가 수많은 자식들의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이유는 바로 '정자 기증자'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얽힌 사연은 이렇다.
루비노는 지난 1990년대 여러 차례 정자를 기증하며 많은 난임 여성들에게 '희망'을 줬다. 특히 백인의 잘생긴 외모와 푸른 눈, 버클리대 출신 아티스트라는 '스펙' 덕에 그의 정자는 많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가 정자 기증자로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난 1985년 결혼한 그는 10년 간의 생활 동안 정작 본인은 부인 문제로 아기를 갖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같은 경험이 아이가 없어 고통 받는 다른 부부와 여성들을 돕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렇게 정자 기증자로서 역할을 다하고 한참 세월이 흐른 지난 2004년, 그는 카렌이라는 이름의 낯선 여성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자신의 6살 아들 제이크를 한 번 만나달라는 부탁을 해온 것. 바로 제이크는 루비노의 정자로 태어난 아들이었다.
루비노는 "원칙적으로 정자 기증자는 태어난 아이가 18세가 되기 전 만날 수 없다"면서 "카렌의 간곡한 요청에 생물학적 아버지라는 사실을 숨기고 만나게 됐다"고 회상했다.
놀랍게도 처음 본 부자(父子)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종종 주말과 휴가를 함께 보내던 부자는 지난 2013년부터는 아예 한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도너 929'(Donor 929)로 불렸던 루비노가 진짜 아빠가 된 것이다. 루비노는 "지금 나는 풀타임 아빠"라면서 "이보다 세상에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정자 기증자를 위한 가족 찾기 사이트를 통해 하나둘 씩 자식들을 만나고 있다"면서 "흥미롭게도 이중 4명은 나와 같은 아티스트가 됐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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