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미국판 일베’ 탓 목숨 잃은 ‘개구리 페페’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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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에 의해 공식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던 개구리 캐릭터 ‘페페’(Pepe)가 부활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는 원작자의 말을 인용해 개구리 페페가 세계적인 평화와 사랑의 상징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페페는 지난 2005년 원작자 맷 퓨리의 만화 ‘보이스 클럽’(Boy’s Club)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다. 이후 페페의 다양한 표정이 해외 네티즌 사이에서 감정표현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페페는 전성기를 누렸다. 국내에서도 페페는 주로 슬픔이나 분노를 표현하는데 사용됐었다.

이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던 페페는 지난 5월 공식적으로 사망처리됐다. 원작자 퓨리가 페페의 장례식을 다룬 1페이지짜리 만화를 배포하면서 죽음을 공식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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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페의 죽음을 그린 만화


안타깝게도 페페 죽음의 배경에는 가슴 아픈 속사정이 있다.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던 페페의 이미지가 처음 왜곡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4chan’의 일부 극우성향 네티즌들이 페페를 나치문양 등 극우주의 상징들과 혼용하면서다.

이후 페페의 ‘극우 이미지’는 같은 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가 자신과 페페를 합성해 만든 그림을 트위터에 업로드 하면서 더욱 확산됐다. 또한 이듬해에는 백인우월주의, 반여성주의, 반유대주의, 네오나치즘 등 다양한 극우사상의 신봉자들이 페페를 적극 사용하면서 페페의 '명예'는 더욱 실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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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페페의 모습을 합성해 만든 그림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원작자 퓨리는 꾸준히 반대의사를 표현하며 페페의 오용(誤用)을 비판해왔다. 지난해 퓨리는 타임지 기고문을 통해 "여유로운 개구리인 페페가 인종차별주의자나 반유대주의자 등에 의해 혐오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호소에도 불구, 페페의 오용이 멈춰지지 않자 결국 원작자는 펜을 들어 자신이 가장 사랑한 캐릭터의 목숨을 끊었다. 곧 페페는 사실상 '미국판 일베'에 의한 타살을 당한 셈이다.

이렇게 가슴 아픈 기억 속으로 사라진 페페는 조만간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퓨리는 "앞으로 페페는 평화와 사랑, 수용의 상징으로 부활, 재정립될 것"이라면서 "다음 만화에 페페의 부활에 대한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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