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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2000톤 무너진 절벽 아래서 해수욕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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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산사태가 발생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인근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위험한 모습이 공개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29일 잉글랜드 남서부 도싯의 해변가인 웨스트베이에서는 흙 2000t이 무너지는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웨스트베이에는 높이 약 46m의 거대한 절벽이 있는데, 이 절벽은 위에서는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아래에서는 해수욕을 즐길 수 있어서 관광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에 발생한 산사태는 절벽의 형태까지 바꿔놓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절벽의 중심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절벽을 끼고 있는 해변을 절반으로 나누는 15m 높이의 흙벽이 생겼을 정도다.

하지만 불과 이틀 뒤인 지난 1일, SNS에 올라온 사진에서는 산사태의 위험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해수욕을 즐기는 인파로 뒤덮인 웨스트베이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산사태가 난 원인조차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높이 46m의 절벽 위에 올라가 경치를 즐기고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안전 불감증을 의심케 하는 이 사진들은 도싯주에 사는 주민인 로저 수더랜드(75)가 촬영해 공개한 것이다.

영국 해안의 안전상태를 점검하는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로저는 “산사태 소식을 듣고 웨스트베이로 가면서도 절대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흙 2000t이 쏟아져 내린 이번 산사태 이전에 같은 해변에서 작은 산사태가 또 있었다. 언제 또 다른 재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인데, 절벽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고 정말 멍청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웨스트베이 관리 당국은 산사태 위험이 도사리는 곳에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유를 ‘셀피 문화’(selfie culture) 때문으로 분석했다. 영국에서는 남들이 쉽게 겪을 수 없는 특정한 상황에서 셀프카메라 사진을 남기고 이를 타인에게 공개하는 것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관리 당국은 재차 유사 재해가 또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며 해당 지역의 출입을 완전히 금지시켰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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