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1889~1945)의 사인이 담긴 희귀한 엽서 한 장이 경매에 나온다.
최근 영국 경매회사인 멀록스 옥션 측은 6일(현지시간) 히틀러의 희귀 엽서를 경매에 부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풀숲에 개와 함께 앉아 있는 히틀러의 모습이 인상적인 이 엽서는 몇가지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 속 개는 히틀러가 생전 가장 애지중지했던 독일산 셰퍼드인 블론디(Blondi)다. 셰퍼드에 대한 사랑이 유별났던 히틀러는 블론디를 나치의 선전도구로 활용했다. 즉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던 히틀러가 동물을 매우 사랑하는 가슴 따뜻한 남자라는 역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준 일등공신이 바로 블론디인 것.
이 엽서가 가치가 높은 것은 히틀러가 쓴 '볼프'(Wolf)라는 서명 덕이다. 히틀러는 절친한 친구와 측근에게만 '볼프'라는 서명을 남겼는데 이 또한 의미는 있다. 히틀러는 종종 자신을 '헤르 볼프'(Herr Wolf)라고 지칭했는데 이는 '미스터 늑대'라는 뜻이다.
이는 '아돌프'(Adolf)라는 이름과도 관련이 있는데 아돌프는 옛 게르만어로 고귀함 혹은 늑대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엽서는 히틀러가 나치 친위대(SS)인 울리히 엘렌백에게 선물한 것으로 그 이유는 두 사람의 공통점인 '개 사랑' 때문이었다.
지난 2011년 99세를 일기로 사망한 엘렌벡은 생존 당시 인터뷰에서 "우연히 히틀러와 애견 블론디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면서 "우리는 서로 개와 셰퍼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대화를 나눴다"고 털어놨다.
멀록스 옥션 측은 "히틀러가 '볼프'라는 서명을 남긴 엽서는 매우 희귀하다"면서 "약 2500파운드(약 370만원) 이상에 거래된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