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이 시작됐다. 지난주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계좌 개설 고객 수는 출시 5일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가입자 44만 명을 합치면 인터넷은행 이용자 수는 약 140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2%의 낮은 대출 금리와 간편한 가입절차, 수수료 없는 인출 서비스 등을 내세운 인터넷은행의 인기는 굴지의 전통은행들을 바짝 긴장케 하기에 충분하지만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위한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일찍이 도입했다 부진과 도산 등의 선례를 겪은 해외 인터넷은행의 사례를 살펴보자.
◆세계 최초 인터넷은행의 현재 상황은?
1995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인터넷은행인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Security First Network Bank·이하 SFNB)가 등장했다. 초기 SFNB의 상승세는 현재 국내의 인터넷은행과 유사했다. 기존 은행보다 예적금 금리가 높고 수수료는 낮은 특징을 내세웠고, 이후 SFNB는 현존하는 인터넷은행의 시조이자 ‘세계 최초의 인터넷은행’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불과 6년 만인 2001년 8월, 캐나다의 RBC은행에 합병되면서 문을 닫았다. 무리한 금리 경쟁과 마케팅 비용 과다 지출, 자금운용 실패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1998년 영국의 에그뱅크 등 유럽에서도 인터넷은행이 속속 등장했지만 대체로 적절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했다.
SFNB의 사례는 호기심과 광고의 효과로 신규 고객확보에 성공했다 할지라도, 이들 고객들로부터 조달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인터넷은행의 성패가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SFNB의 경우 막대한 마케팅 등 고비용으로 모은 자금을 저신용자에게 낮은 금리로 신용 대출을 해줬고, 더욱 생산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찾는데 실패하면서 높은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결과에 이르렀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모바일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은행시장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가 있다. 성공한 인터넷은행 뒤에는 늘 든든한 모회사가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앨리뱅크(Ally Bank)가 그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인 GM이 2004년 출자한 앨리뱅크는 자동차 딜러나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 할부상품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앨리뱅크는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자 초기 인터넷은행의 실패 원인인 중 하나로 꼽힌 마케팅 비용을 절약하는 대신, 자동차를 구입하는 고객들을 주요 목표로 삼고 리스서비스나 오토론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모바일에 특화된 젊은 층을 주요 고객으로 유치하며 성공가도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2008년 일본의 통신업체인 KDDI와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일본의 지분뱅크(jibun Bank)는 휴대전화 매장에서 새 스마트폰을 개통하면서 지분뱅크 계좌를 만들면 요금 혜택 및 금리 우대를 주는 것으로 고객을 유치했다. 이러한 전략은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젊은 층의 수요를 만족시키면서 은행을 ‘찾아가야 하는 곳’이 아닌 ‘휴대가 가능한 곳’으로 인식하게 했고, 모바일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시중 은행과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설립 6개월 만에 고객 40만 명을 유치하고 금융시장점유율 5%를 달성할 수 있었다.
◆미래 인터넷은행의 성공, 기술에 달렸다
모회사로부터 든든한 자금을 받고 스마트폰을 개통하는 젊은 고객에게 요금 혜택을 주는 것이 성공사례로 꼽히는 기존 인터넷은행들의 전략이었다면, 앞으로의 인터넷은행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는 ‘기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오픈한 카카오뱅크가 출시 5일 만에 계좌 100만 개를 돌파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 플랫폼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송금액을 누르고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서 보낼 대상을 고른 뒤 비밀번호만 누르면 송금이 완료된다. 우리은행의 ‘위비톡’ 등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카카오뱅크의 ‘송금 기술’은 이보다 더 간편하고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분야 미래학자이자 미국 인터넷은행 ‘모벤’의 창립자인 브렛 킹은 “다가올 미래는 금융이 아닌 기술이 뛰어난 금융기관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혁신적이고 편리한 기술이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의 성공적인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 개발과 이를 토대로 한 금융 서비스는 이미 자리를 잡은 인터넷은행과, 앞으로 자리를 잡아야 할 인터넷은행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