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유명작가가 22년 전 여관 주인 등 4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살인범으로 드러나 중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펑파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안후이성 우후시(芜湖市)의 ‘농민작가’로 인기를 얻고 있는 뤼용비아오(刘永彪·53)가 지난 11일 새벽 1시경 우후시 난링현(南陵县)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는 체포 당시 “이곳에서 당신들을 지금껏 기다려왔다”고 말하며, 담담히 본인의 혐의를 인정했다.
사건은 22년 전인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1월 말 저장성(浙江省) 후저우(湖州市)의 한 여관방에서 참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여관 주인과 그의 모친, 손녀, 그리고 여관 손님이 둔기에 머리를 맞고 피를 흘린 채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해 전담팀을 꾸리고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여관 종업원은 사건 발생 전 안후이 발음을 하는 손님 두 명이 여관을 찾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망을 안후이 일대까지 넓혔지만, 용의자와 피해자 사이의 연관성이 없어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이렇게 사건은 22년간 미궁에 빠졌다.
하지만 22년이 지난 올해 8월 초 현장 물증과 유전자 감식 과학수사를 펼치면서 수사망을 좁혀갔다. 결국 지난 11일 22년 전 살인사건의 범인 2명이 체포되었다. 작가 뤼씨와 농민 왕(汪)씨는 22년 전 여관 주인의 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뤼씨의 체포에 동료 작가는 “믿을 수 없다. 갑자기 세상의 모든 것이 가짜 같고,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면서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한편 그는 자신이 체포될 것을 감지하고 미리 아내에게 편지를 써두었다. 그는 편지에서 “20년간 줄곧 이날을 기다려왔고, 이제야 비로소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200여 편의 문학작품을 발표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1년 전 이미 유명 문단에 단편 소설을 발표해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에는 안후이성의 가장 권위 높은 ‘안후이문학상’을 수상하고, 2013년에는 중국 작가협회의 일원이 되면서 문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2014년에 발표한 역사 연의소설 ‘행자무송(行者武松)’은 이듬해 TV 연속극 50부작의 극본으로 탄생해 방영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 ‘행자무송(行者武松)’에서 주인공 무송은 여관에서 술에 취해 장문신(蒋门神)을 때려죽여 혈흔이 낭자한 장면이 나온다. 흡사 그가 과거 여관에서 4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장면을 재현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