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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정의 TECH+] 스마트폰보다 느린, 한 대 수억 원 넘는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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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D 5545 SBC에 방사선 차폐 물질을 붙이는 엔지니어. (사진=BAE Systems)


우리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은 미항공우주국(NASA)이 태양계 곳곳에 보낸 무인 탐사선보다 훨씬 강력한 성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가진 스마트폰으로 우주를 탐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평소에 눈치채지 못하지만, 지구는 강력한 자기장과 두터운 대기가 있어 태양과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과 고에너지 입자의 공격에서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가 쓰는 전자 기기 역시 안전하게 보고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주 공간으로 나가면 우주인의 경우 방사선의 위협에 노출되고 전자 장비 역시 간섭을 받게 됩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위성과 우주 탐사선에는 매우 특수한 형태의 컴퓨터가 탑재됩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컴퓨터가 BAE 시스템스에서 제작한 RAD 시리즈입니다. 이 방사선 내성 프로세서(Radiation Hardened Processor)는 NASA의 여러 탐사선과 인공위성에 탑재되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화성을 탐사하는 큐리오시티 로버의 경우 RAD 750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 제품은 PowerPC 750이라는 비교적 오래된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속도도 110~200MHz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보통 컴퓨터는 엄두도 낼 수 없는 높은 방사선 환경에 견딜 수 있을 뿐 아니라 영하 55도에서 섭씨 125도까지 온도에서 작동을 보장합니다.

당연히 속도는 우리가 사용하는 최신 스마트폰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느리지만, 대신 어떤 환경에서도 작동을 보장합니다. 고장 나도 수리할 수 없는 우주 탐사 임무에서는 아무리 비싸도 이런 컴퓨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일이죠.

참고로 행성 사냥꾼 케플러 우주 망원경과 NASA의 목성 탐사선인 주노 역시 이 컴퓨터를 사용했습니다. 임무에 따라 특수 주문 제작되는 컴퓨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대당 20만 달러를 호가하는 물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BAE는 RAD 750의 후속 모델인 RAD 5545를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쿼드코어 PowerPC e5500 프로세서는 45nm 공정을 사용했는데, 이는 최신 스마트폰 및 컴퓨터 프로세서보다 덜 미세한 공정이지만 이런 목적의 컴퓨터에 사용되는 공정 가운데서는 상당히 미세한 것입니다. 참고로 RAD 750은 150-250nm 공정을 사용합니다. 미세 공정을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얇고 미세한 회로일수록 극한 환경에서 정상 작동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런 이유로 이런 방사선 내성 컴퓨터는 우리가 사용하는 최신 프로세서보다 성능이 낮습니다.

RAD 5545는 티타늄 쉴드와 열화 붕소(deleted boron)를 이용한 차폐막 등 최신의 방사선 차폐 기술을 이용해서 높은 방사선 환경에서도 이전보다 미세한 공정을 지닌 프로세서를 보호합니다.

덕분에 과거 여러 대의 컴퓨터로 수행해야 했던 탐사 임무가 이제는 한 대의 컴퓨터만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물론 동일한 조건에서 훨씬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여전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보다 느리지만, 훨씬 강력해진 방사선 내성 컴퓨터의 등장으로 앞으로 우주 탐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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