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소녀의 ‘동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20대 남성에게 프랑스 검찰이 성폭행 무혐의 처분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랑스 영자매체 더로컬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올해 28세인 이 남성은 지난 4월 파리 북부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11세 소녀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두 사람은 집 근처에서 우연히 두 차례 마주친 뒤, 남성이 먼저 11세 소녀에게 키스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명목으로 집으로 불러들인 뒤 성관계를 맺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소녀의 가족은 당시 소녀가 지나치게 남성을 두려워한 나머지 저항하지 못한 것이라며 성폭행 혐의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남성은 성관계가 소녀의 동의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지 검찰은 남성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남성이 당시 소녀의 실제 나이를 알지 못했으며, 폭력적인 위협이나 강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11세 소녀의 진술을 토대로 판단했을 때에도, 신체적으로 이를 거부하지 않은 것은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해당 남성을 기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성적 접촉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므로, 이 남성을 미성년자 성적학대의 혐의로만 기소한다고 덧붙였다.
소녀의 가족은 “아이는 피하려 했을 땐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으며, 저항할 힘이 없었고 매우 두려웠다고 말했다”면서 “이는 명백한 성폭행”이라며 항의하고 나섰다.
프랑스의 아동권리단체 역시 미성년자에게 성관계 당시 동의 여부를 묻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하며 해당 남성이 성폭행으로 기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로컬에 따르면 프랑스 현지법은 성관계 중 강압이나 폭행, 위협 등의 행동이 있었을 때에만 성폭행으로 인정한다. 15세 이하의 미성년자와의 성적 접촉을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으로 간주하지만, 이를 성폭행으로 인정하지는 않다.
이에 현지 아동권리단체는 만 16세 미만과의 성관계에 대해 가해자의 폭력 및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의제강간죄를 적용해 성폭행으로 처벌하는 영국 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사건에 대한 재판은 내년 2월에 열릴 예정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