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우주인들과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역대 교황이 ISS의 우주인과 통화를 한 것은 2011년 교황 베네딕트 16세에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번째다.
교황은 26일 ISS에 체류하는 우주인들에게 영상 전화를 걸어 20분간 영상 통화를 나누었다. 교황은 먼저 “좋은 아침, 혹은 저녁입니다. 우주에 있는 그대들은 알 수 없겠죠?” 하고 인사를 건넨 다음, 지구와 400km 떨어진 ISS의 우주인들에 다소 까다로운 철학적인 질문을 비롯해 이들이 우주인이 된 동기를 묻기도 했다.
이탈리아 우주인 파올로 네스폴리는 교황의 인사에 “좋은 아침입니다. 52/53 우주원정대 대원들과 ISS에 함께하신 것을 환영합니다”고 대답한 후, “우주 속 인간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하는 철학적인 질문에 대해 자신은 인간의 운명에 대해 성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도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저는 이곳에서 우리의 목표가 인간 존재에 대해 아는 것이고,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지식을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어서 그는 “인간보다 더 큰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끔 해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ISS의 사령관 미국인 랜돌프 프레스닉은 “우주에서 사람들은 형언할 수 없는 지구의 아름다움을 보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이곳에서 보는 지구는 평화롭고 고요하다. 국경도, 분쟁도 없고, 오직 평화로울 뿐”이라며 “여기선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연약한지를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우주인인 세르게이 라잔스키는 어떻게 우주인이 되었냐는 교황의 질문에 “소련 시절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발사 작업에 할아버지가 수석 엔지니어로 관여했다"면서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가는 것이 무척 영광스럽다”고 대답했다.
우주에서 무엇이 행복을 주는가라는 교황의 물음에 우주인은 “가장 큰 기쁨은 매일 창밖으로 신의 창조물을 보는 것이다. 그것이 신의 의도와 약간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라고 대답했다. 교황은 지구는 부서지기 쉬운 연약한 존재라고 말하면서 세상을 신의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우주인들에게 부러움을 표했다.
20여 분간 우주 생활에 대해 관심을 보인 교황에게 우주인들은 “교황도 우주에 나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구 400㎞ 상공의 궤도를 돌고 있는 ISS는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 과학실험을 수행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며, 2000년부터 세계 각국의 우주인이 거쳐 갔다. 현재는 미국인 3명, 러시아인 2명, 이탈리아인 1명 등 총 6명이 탑승해 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