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고운 세 남자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러 가던 길에 만난 한 노숙인을 위해 파티를 미루고 흔쾌히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미러는 연말을 맞아 사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려던 세 명의 건축가가 추위에 떨고 있는 노숙자에게 호텔방을 무료로 선물했다고 보도했다.
호의를 베푼 남성 로저 하티건(43)과 그의 동료 조 리치, 데이비드 해리슨은 지난 15일 브리스톨시 볼드윈 거리에 나와 있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러 가는 길에 우연히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여성을 만났는데 행색이 예사롭지 않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여성은 소지품이 한가득 든 비닐 가방을 들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 세 남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하티건은 “할머니는 한눈에 봐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자신은 71살이며 갈 곳이 없다고, 18년 동안 거리에서 노숙을 해왔다’고 말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세 사람은 차마 그 노인을 그곳에 홀로 두고 떠날 수 없었다. 그때부터 각자 흩어져 주변 호텔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할머니와 함께 시 중심가를 걷던 하티건은 친구 중 한 명에게 객실이 남는 방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할머니를 호텔로 데려다준 뒤 2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대신 지불했다.
그는 “우리는 연말의 금요일 밤을 보내기 위해 함께 모였다. 그러나 할머니를 보는 순간 그녀의 안위가 우리 우선순위가 됐다”며 “할머니가 안전한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우리는 파티를 즐기러 떠날 수 있었다”는 말을 남겼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