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길고 수염 없으면 무조건 여자?
터키의 한 이슬람 전도사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 남성이 여성과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턱수염이라며, 턱수염을 길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현지에서 유명 이슬람 전도사로 꼽히는 뮈랏 바야랄은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신체 부위 중 하나는 턱수염이고 또 하나는 머리카락”이라면서 “남성과 여성은 비슷한 옷을 입기 때문에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으므로 남성이 남성임을 나타내는 턱수염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컨대 멀리서 머리카락이 긴 남성을 보거나 수염이 없는 남성을 보면 여성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면서 “만약 남성을 여성으로 잘못 본다면 당신은 음흉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에서는 턱수염을 기르는 것이 이슬람 보수주의 성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남성이 턱수염이나 콧수염을 기르는 것이 세속과 어울리지 않거나, 지나치게 종교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4년에는 터키 프로축구 1부리그의 구단주가 “이곳은 성직자를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스포츠 구단이다. 어떤 선수들은 턱수염을 너무 길러 이슬람 성직자처럼 보인다”고 비판하며 턱수염을 기른 채 그라운드에 들어가는 선수에게 벌금을 물게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터키 남성들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활동대원으로 오인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턱수염을 면도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남성의 턱수염과 콧수염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슬람 경전인 코란 어디에도 남성이 반드시 체모를 길러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주장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