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아르헨티나 농민들이 노인들에게 각종 채소를 무료로 나눠줘 화제다.
이색적인 ‘채소 나눔’ 이벤트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렸다. 의사당 앞에 모인 농민들은 상추, 토마토, 근대 등 다양한 채소를 비닐봉투에 넣어 노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이날 농민들이 노인들에게 무료로 전달한 채소는 약 2만 ㎏. 비닐봉투에 2㎏씩만 담았어도 1만 명에게 나눠줄 수 있는 물량이다.
나눔 행사는 아르헨티나 전국 각지에서 소규모 농사를 짓는 영세 농민들이 주도했다.
행사에 참가한 한 농민은 “절대 채소가 남아돌아 나누는 건 아니다”면서 “연말에 노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격려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연금제도를 대폭 개정했다. 날로 불어나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의회가 14시간 마라톤 심의 끝에 개정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내년부터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연금은 줄게 됐다.
현지 언론은 “연금법 개정으로 정부가 절약하게 된 재정이 최소한 1000억 페소(약 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노인들만 졸지에 피해를 입게 된 셈이다. 농민들이 채소를 무료로 나누기로 한 건 연금을 적게 받게 된 노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채소 나눔에 참여한 한 농민은 “평생 연금을 붓고 이제 편안한 삶을 살아야 할 어르신들이 애꿎은 피해자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노인들은 “연말에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아 매우 기쁘다”면서 “채소를 이웃들과 나누겠다”고 말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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