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1889~1945)가 생전에 퍼레이드 용으로 탄 차량이 경매에 나온다.
최근 클래식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미국 월드와이드 옥셔니어 측은 히틀러의 '슈퍼 메르세데스'(Super Mercedes)가 다음달 17일(현지시간) 애리조나 주에서 열리는 경매에 오른다고 밝혔다.
주인 히틀러처럼 영욕을 함께한 이 차량의 정식 명칭은 '메르세데스-벤츠 770K 그로서 오프너 투어링 왜건'(Mercedes-Benz 770K Grosser Offener Tourenwagen·이하 벤츠 770K). 오픈카 형태의 이 차량은 유리와 차체 등이 방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7.7리터 슈퍼차저 엔진을 장착해 5톤에 달하는 큰 무게에도 시속 160㎞로 달릴 수 있다.
히틀러는 벤츠의 기술이 집약된 이 차량을 지난 1939년 7월 인도받아 중요한 퍼레이드 행사에 활용했다. 이탈리아 파시스트인 무솔리니를 태운 것은 물론 프랑스, 그리스, 유고슬라비아 점령 행사에서도 벤츠 770K는 주인 히틀러를 태우고 당당한 위용을 뽐냈다.
그러나 벤츠 770K의 영화도 히틀러의 죽음과 함께 기울었다. 1945년 나치의 패망 이후 벤츠 770K는 미군에게 압류됐으며 이듬해 프랑스 주둔 미국 헌병이 사용했다. 이후 해외참전용사 단체에 기부돼 행사용으로 사용된 벤츠 770K는 2002년 유럽 수집가에게, 2009년에는 러시아의 한 억만장자에게 팔리는 신세가 됐다.
월드와이드 옥셔니어 측은 "이번 경매의 목적은 히틀러의 영광을 기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한 시대의 최고 기술이 결집된 장인의 자동차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자동차는 결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악을 상기시킨다"면서 "수익금의 10%는 홀로코스트 단체에 기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지언론은 많은 경매회사들이 나치 물품을 거래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벤츠 770K의 낙찰 가격이 수백 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