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과학자들에게 항상 경탄의 대상이다. 매우 단순한 뇌 구조와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개미가 서로 협력해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은 곤충학자들은 물론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연구하는 공학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특히 가장 놀라운 능력은 개미굴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까지 나왔던 개미가 복잡한 지형을 통과해 다시 개미굴로 복귀한다는 점이다.
개미의 길 찾기에는 페로몬이나 태양의 위치와 각도, 주변의 주요 지형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모든 개미의 방식이 같지 않다고 알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도 개미가 여전히 길을 잘 찾는다는 사실이다. 사막 개미(Desert ants, Cataglyphis) 역시 그런 사례 중 하나다. 바람에 의해 주변 환경이 바뀌고 냄새를 활용하기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 개미들을 결코 길을 잃지 않는다.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 연구팀은 사람도 길을 잃기 쉬운 사막에서 개미가 보지도 않고 길을 찾을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사막 일개미는 둥지에서 나와서 2~3일 정도 주변 지형을 탐색한 후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되는 데 처음 굴 밖으로 나오는 개미조차 길을 잃지 않는다. 연구팀이 주변 환경을 아무리 바꿔도 이 개미들은 GPS 내비게이션이 시스템이 있는 것처럼 결코 길을 잃지 않았다. 심지어 입구가 보이지 않는데도 개미굴 입구로 정확히 귀환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지형과 관계없이 거의 직선거리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관찰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이 개미가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생체 나침반을 가지고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했다. 지구 자기장과 비슷한 강도의 간섭 자기장을 만들어 개미를 엉뚱한 곳으로 유도한 것이다. 실험 결과 자기장이 바뀌면 개미는 절대 개미굴을 찾지 못했다. 지구 자기장을 감지해 이동 거리와 각도를 측정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것이다.
개미의 크기를 생각하면 이런 정교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놀라운 일이다.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자기장을 감지하는지, 그리고 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해서 그렇게 정확하게 위치를 측정하는지는 앞으로의 연구 과제지만 로봇 공학자들이 탐낼 개미의 숨겨진 능력이 하나 더 밝혀진 셈이다.
사진=사막 개미(폴린 플라이슈만/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