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벌레의 알은 새에게 먹혀도 소화되지 않아 나중에 배설된 뒤 부화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새에게 먹힌 곤충은 배 속 알까지 죽게 된다는 기존 상식을 뒤집는 성과라고 한다.
대벌레는 나뭇가지를 닮은 외모로 포식자의 눈을 피하는 위장의 명수로도 알려져있다. 날개가 없는 종이 많아 이동 능력은 떨어지지만 간혹 섬에서도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일본 고베대 연구진은 새에게 잡아먹힌 암컷 대벌레의 몸속에 있던 알들이 마치 식물이 열매를 새에게 먹혀 씨앗을 먼 곳까지 옮기는 것처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법으로 분포 지역을 확대했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새에게 먹히고도 살아남으려면 알 자체가 튼튼해 소화되지 않아야 하며 부화한 유충은 자력으로 먹이를 수급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벌레의 알은 식물의 씨앗을 닮아 딱딱한 껍질을 지녀 이런 조건을 충족한다고 연구진은 생각했다.
연구진은 대벌레 3종을 대상으로 그 알들을 직박구리(학명 Hypsipetes amaurotis)에게 먹였다. 그 결과, 5~20%의 알이 무사히 배설돼 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콜로지’(Ecology) 온라인판 최신호(29일자)에 실렸다.
사진=고베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