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갈겨 쓴 처방전에 지친 스페인의 약사들이 온라인 그룹을 결성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단의 스페인 약사들이 페이스북에 그룹 ‘우리는 약국에서 일한다’를 만든 건 지난 5월이다. 알쏭달쏭한 처방전의 암호(?)를 풀 때 머리를 맞대자는 취지로 오픈한 그룹에 약사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페인 각지에서 약사 1만8000여 명이 벌써 그룹에 가입했다. 가입한 약사들은 처방전과 관련한 에피소드와 경험을 공유하는 한편 사진으로 오르는 처방전 해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처방전을 해독한다고? 언뜻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약사들에겐 반복되는 일상이다.
악필(?)인 의사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마드리드에서 약국을 운영한다는 한 약사는 “처방전을 보고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며 “잘 쓴 글씨도 몇 분은 읽어야 풀이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는 “처방전에 뭐라고 쓴 건지 알아볼 수 없어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라고 환자에게 부탁하기도 한다”며 처방전을 해독(?)하는 데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유난히 악필인 의사가 많다기보다는 갈겨 써버리는 습관이 문제다.
익명을 원한 한 약사는 “괜히 환자 앞에서 권위를 과시하듯 처방전을 갈겨쓰는 의사가 의외로 많다”며 “문제는 이런 권위주의에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들도 약사들의 고충을 이해한다며 동조하고 있다.
한 남성은 “처방전이 암호 같다는 약사들의 말이 절대 과언은 아니다”라며 “의사들이 더욱 성의 있게 처방전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페이스북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