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독립을 상징하는 불이 아이들의 입김에 꺼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라나디타스에 있는 알론디가 박물관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찰은 불이 꺼진 곳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 최근 개관 60주년을 맞은 알론디가 박물관에는 '자유의 불'이라는 국가 상징이 전시돼 있다. 커다란 향로에 붙어 있는 불은 멕시코 독립을 상징하는 기념물이다.
중남미를 식민지로 거느리고 있던 스페인에 독립을 선언한 멕시코가 1810년 처음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걸 기념하는 향로불이다. 일설에 따르면 향로불은 1810년부터 지금까지 꺼지지 않고 줄곧 관리되고 있다.
이게 과장된 전설이라고 해도 불은 최소한 60년 동안 꺼진 적이 없다. 개관 60년이 된 알론디가 박물관이 향로를 들여놓으면서 지금까지 줄곧 관리해온 덕분이다.
하지만 멕시코가 정성을 들여 관리해온 '자유의 불'은 최근 테러(?)를 당했다. 범인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이었다. 1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름과 나이가 공개되지 않은 범인(?) 아이들은 개관 60주년을 맞아 부모와 함께 알론디가 박물관을 방문했다.
부모와 함께 박물관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아이들은 '영웅들의 홀'이라는 곳에서 타고 있는 '자유의 불'을 처음 보게 됐다.
불을 보자 순간 초를 꽂은 생일케익이 생각난 것이었을까? 아이들은 향로에 다가가더니 입으로 바람을 불어 '자유의 불'을 꺼버렸다.
길게는 200년, 짧게는 60년간 소중하게 관리해온 불이 꺼지자 박물관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경찰이 출동해 향로 주변을 경비하면서 폴리스라인을 치고 방문객의 접근을 막고 있다. 박물관은 그간 매월 28일 '자유의 불'의 불씨를 교체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박물관이 이번 달에도 28일에야 '자유의 불'에 새 불씨를 붙일 예정"이라며 "그때까지 향로의 불이 꺼진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영상캡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