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미국에서 한 8세 소녀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것도 모자라 2차 범행까지 예고했던 수수께끼의 살인범이 마침내 붙잡혔다.
미국 CNN 등 현지언론은 16일(이하 현지시간) 인디애나주(州)에서 8세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인이 DNA 기술의 발달과 DNA 족보 사이트의 활성화 덕분에 30년 만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1988년 4월 1일,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서 8세 소녀 에이프릴 틴슬리는 길을 걷다가 납치돼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 소녀의 시신은 3일 뒤 약 20마일 떨어진 시골 지역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DNA를 확보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2년 뒤 소녀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멀지 않은 헛간의 문에 연필이나 크레용으로 휘갈겨 쓴 메시지 하나가 발견됐다. 거기에는 “난 8세 에이프릴 틴슬리를 죽였고 다른 아이를 다시 죽일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후 14년 동안 포트웨인의 여러 주거지에서 경찰을 조롱하는 글이 4개 더 발견됐다. 그 중에는 어린 소녀들이 마당에 놔둔 자전거에도 범인의 메시지가 끼워져 있었다.
FBI는 “해당 메시지에는 ‘안녕 자기야, 난 너를 지켜보고 있었다. 난 에이프릴 틴슬리를 죽인 성폭행범과 같은 사람이야. 넌 내 다음 희생자야’라고 써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에도 범인은 포트웨인 지역 주택에 4개의 비슷한 쪽지를 남겼다. 메시지는 범인이 사용한 콘돔이나 자기 몸의 일부를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과 함께 가방 안에서 발견됐다고 FBI는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콘돔에서 추출한 DNA는 틴슬리의 속옷에서 추출한 DNA 프로파일과 일치한다.
하지만 범인의 DNA는 미국 내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하는 것이 없어 경찰은 범인을 체포하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 5월, 포트웨인 경찰의 브라이언 마틴 형사는 최근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연쇄 살인범을 체포하는 데 활용한 DNA 족보 사이트를 수사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마틴 형사는 버지니아주에 본사를 둔 이 회사에 협조를 요청해 범인의 DNA를 등록했고 비슷한 DNA 가계도를 찾는 데 성공했다. 결국 수사관들은 용의자를 존 밀러(59)와 그의 형제로 좁힐 수 있었다.
그후 수사관들은 존 밀러가 버린 쓰레기를 조사해 용의자의 DNA 증거와 일치하는 사용된 콘돔 3개를 발견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밀러를 그의 집에서 체포할 수 있었다.
이후 밀러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에이프릴 틴슬리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는 소녀를 질식시켜 죽였으며 소녀의 시신과도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시인하고 시신을 유기했다고 밝혔다.
앨런 카운티 법원에 따르면, 존 밀러는 14세 이하 아동을 감금, 성폭행, 살해 혐의로 기소됐다. 밀러의 보석 신청은 거부됐으며 공판은 오는 19일로 알려졌다.
사진=CNN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