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대한 사랑이 극진하기로 정평난 동물원이 관람객 발걸음이 뚝 끊겨 절대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동물원은 "제발 동물들을 보러 방문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SOS를 쳤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험악한 사회분위기 탓이다. 니카라과 국립동물원은 최근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띄웠다.
"집 밖은 위험하다고 느낀 국민이 외출을 꺼리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그래서 국민에게 SOS를 보내니 제발 동물원을 방문해달라"는 게 핵심 내용.
수의사로 '국립동물원 친구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는 에두아르도 사카사는 "실제로 동물원 방문자가 0(제로)명이었던 날이 여러 번이었다"며 "동물원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니카라과 국립동물원은 정부 보조금과 일반의 후원금, 입장권 판매수익금 등이 주요 수입이다. 이 가운데 단연 비중이 큰 건 입장권 판매로 얻는 수익이다.
하지만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루아침에 뚝 끊기면서 동물원은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직원 절반을 내보내고, 지금은 15명이 맹수를 포함해 100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돌보고 있지만 장기간 이런 식의 운영은 불가능하다는 게 동물원 측 설명이다.
관계자는 "동물번식센터, 동물구조센터 등에서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인력이 모자라 관람객 회복만이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동물원을 절대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한 건 정치와 시위다.
니카라과에선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시위가 100일 이상 계속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연금 개혁에서 발단된 시위정국이 장기화하면서 니카라과에선 지금까지 유혈사태로 448명이 사망했다. 실종자도 600명에 육박한다.
동물원 관계자는 "극도로 험악해진 사회분위기 때문에 국민이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며 "동물원은 직격타를 맞았다"고 말했다.
니카라과 국립동물원은 동물 사랑이 남다르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육하는 동물들을 번식시켜 야생에 방사하는 프로그램은 특히 유명하다. 동물원은 정기적으로 동물들을 야생에 풀어주고 있다.
현지 언론은 "관람객이 급감하면서 이젠 이 프로그램의 운영도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누에보디아리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