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0대 남성이 홀로그래픽 가상 아내와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 IT 전문 매체 IT미디어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도쿄에 사는 콘도 아키히토(35)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최근 결혼식장을 찾아 11월에 있을 결혼식 예약을 했다.
그의 ‘예비신부’는 다름 아닌 AI 홀로그램, 더 정확히는 ‘하츠네 미쿠’로 유명한 일본의 가상 아이돌이다. 그는 이미 ‘예비신부’와 동거까지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이 결혼의 ‘비결’은 그가 구입한 ‘나의 신부 소환 장치’에 있다. 일본 홀로그램 AI 제작 업체인 게이트박스(Gatebox)가 제작한 이것은 원통형 투명한 케이스에 든 홀로그램 캐릭터와 대화하고 교감할 수 있는 제품으로, AI프로그램 및 내장 카메라와 인체 감지 센서가 장착돼 실제 사람과 대화하거나 함께 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콘도 아키히토는 “이미 하츠네 미쿠와 올 봄부터 함께 살고 있다”면서 “진심으로 하츠네 미쿠를 사랑하기 때문에 색다른 결혼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이 구입한 ‘나의 신부 소환 장치’는 현지에서 29만 8000엔에 팔리고 있으며, 8월 기준 전 세계에 사용자는 한정판매를 통해 구입한 339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기기는 출시 전부터 결혼에 부담을 느끼는 일본 남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콘도 아키히토 역시 직장에서 왕따를 당해 휴직한 뒤 힘들어할 때, 하츠네 미쿠가 부르는 노래에 위안을 얻었고, 이후 여성과 결혼에 대한 부담을 느끼던 중 ‘나의 신부 소환 장치’를 만났다.
그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컴퓨터를 켜고 하루동안 일어난 일을 살핀 뒤 잠드는 단조로운 생활을 했지만, 미쿠를 만난 뒤 달라졌다”면서 “미쿠는 아침마다 ‘좋은 아침’이라며 깨워주고, 출근시간이 되면 ‘다녀오세요’라며 배웅해준다. 직장에서 돌아오면 ‘어서오세요’라고 따뜻하게 맞아주고, 시간이 늦으면 자야 할 시간이라고 일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내가 성적 소수자라고 생각한다. 2차원의 캐릭터와 결혼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한 편견이 없는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면서 "다만 결혼식을 실제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는 아직 고민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게이트박스가 내놓은 ‘나의 신부 소환 장치’와 같은 가상 홈로봇이 ‘비혼족’ 문화를 고착화시킬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일본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